7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4% 줄었지만 이는 6월 급증의 기저효과가 크고 선행·동행 경기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감소는 승용차 등 큰 지출 품목에 몰렸고, 소비 심리를 실제로 누른 것은 고물가와 폭염이었다. 씀씀이 조정 여부는 전국 통계가 아니라 내 고정지출 비중과 여름철 일시 지출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가 8월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판매액지수가 한 달 전보다 2.4% 줄었다. 상품 소비가 전반적으로 약세였다는 뜻이다. 뉴스 제목만 보면 지갑을 닫아야 할 신호처럼 읽힌다.
그런데 같은 발표의 다른 지표는 방향이 다르다. 앞으로의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4.2로 0.4포인트 올랐고, 현재 경기를 보는 동행지수도 101.2로 0.8포인트 상승했다. 두 지표가 함께 올랐다는 것은 경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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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감소폭이 커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앞 6월에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늘어난 이른바 트리플 증가가 있었다. 특히 6월에는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로 밀렸던 수급이 풀리며 소비가 크게 뛰었다. 그 반작용으로 7월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품목을 뜯어보면 감소는 승용차 같은 내구재에 몰렸다. 내구재 판매는 7.7% 줄었지만, 옷 등 준내구재는 1.4%, 매달 사는 화장품 등 비내구재는 0.1% 감소에 그쳤다. 큰돈이 드는 물건 구매가 미뤄졌을 뿐, 일상 소비가 무너진 그림은 아니다. 생산 쪽도 전산업생산이 전월과 같은 보합이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3.1% 늘어, 경제가 뒷걸음쳤다고 보긴 어렵다.
여기서 오해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 소매판매 통계는 전국 상품 판매액의 흐름이지, 특정 가계의 형편이 아니다. 통계가 줄었다고 내 지출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것은 근거가 약한 결정이다.
오히려 개인의 지출 심리를 실제로 누른 것은 통계 그 자체보다 고물가와 폭염이었다. 여름철 냉방비가 오르고 필수 품목 가격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자동차·의류 같은 선택적 지출을 뒤로 미룬다. 즉 소비 둔화의 상당 부분은 살림이 팍팍해서라기보다 '지금은 안 사도 되는 것'을 미룬 결과에 가깝다.
씀씀이를 줄일지 판단할 때는 전국 통계가 아니라 내 현금흐름을 봐야 한다. 점검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고정지출을 본다. 대출 원리금, 보험료, 구독료처럼 매달 자동으로 빠지는 돈이다. 소비를 줄이려 할 때 사람들은 흔히 변동지출인 외식·쇼핑부터 손대지만, 실제 부담을 좌우하는 것은 잘 안 보이는 고정지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늘린 구독 서비스나 자동 갱신 보험은 한 번쯤 목록으로 뽑아 확인할 값어치가 있다.
다음은 이번 여름에 늘어난 항목이다. 7월 소비 둔화의 배경에 폭염과 고물가가 있었던 만큼, 냉방으로 뛴 전기요금과 가격이 오른 생필품 지출이 일시적인지 계속될지 구분한다. 일시적이라면 그에 맞춰 8월 이후 예산을 되돌리면 된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소득이 그대로이고 고정지출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 7월 통계 한 줄 때문에 소비를 급히 조일 이유는 없다. 반대로 고정지출 비중이 소득의 절반을 넘어섰다면, 그건 통계와 무관하게 지금 손봐야 할 신호다. 전국 소비가 줄었다는 뉴스는 참고 자료일 뿐, 행동의 기준은 내 가계부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