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발표한 8월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 증가로 전월의 절반 아래로 둔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만 4조3000억원 늘며 증가폭이 오히려 커졌다. 전체 증가폭 둔화는 신용대출이 감소로 돌아선 결과일 뿐, 주담대는 잔금대출과 거래 요인 탓에 따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대출을 앞뒀다면 만기연장 제한과 DSR 확대 예고, 금리 민감도를 지금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9일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액 6조4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숫자만 보면 대출 열기가 식은 듯하다.
그런데 항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택담보대출은 8월에만 4조3000억원 늘어 전월(3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오히려 커졌다. 은행권 주담대는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었고, 정책대출을 뺀 자체 주담대도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은 95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다.
전월과 나란히 놓고 보면 방향이 더 분명하다. 전체는 6조4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는데, 주담대만 거꾸로 늘었다. 전체 증가폭이 줄어든 게 주담대가 진정돼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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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숫자를 끌어내린 쪽은 기타대출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8월에 1조7000억원 줄었다. 전월에는 2조8000억원 늘었으니 한 달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이 2조1000억원 증가에서 5000억원 감소로 방향을 틀었다.
즉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라는 헤드라인의 실체는 신용대출이 꺾인 것이지,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식은 것과는 거리가 있다. 두 흐름을 하나로 묶어 읽으면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주담대가 계속 는 배경으로 금융당국은 두 가지를 든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주택 거래 증가, 그리고 7~8월 입주 물량이 몰리며 실행된 잔금대출이다. 둘 다 특정 시점에 수요가 쏠리는 시차성 요인이다. 이미 계약과 입주가 예정된 물량이 실행되는 것이라 한 번에 급히 줄기도, 정책만으로 곧장 막히기도 어렵다. 바꿔 말하면 이 물량이 소화되면 증가폭 자체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주담대를 계획 중이라면 잔고 숫자보다 규제 방향을 먼저 봐야 한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4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막았다. 임차인이 있거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지만, 다주택자에게는 재연장 자체가 변수가 된다. 금융회사가 주담대를 늘리는 대신 기타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총량을 맞추지 못하도록 주담대에 별도 관리목표도 뒀다. DSR 적용 대상을 넓히겠다는 예고도 나온 상태다. 다만 구체적 기준과 시행 시기는 추가 발표를 확인해야 한다.
변동금리 대출자라면 금리 민감도를 계산해 두는 편이 낫다. 한 시산에서는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차주 1인당 연 이자 부담이 약 81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확정된 인상이 아니라 조건부 계산이다. 다만 잔액이 사상 최대인 만큼, 같은 폭이 올라도 체감 부담은 예전보다 크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의 통계 둔화를 '대출 문이 좁아졌다'로 읽기보다, 만기연장 제한과 DSR 확대 예고가 내 조건에 걸리는지, 변동금리라면 금리 0.5%포인트당 부담이 얼마인지를 먼저 따져 보는 게 실질적이다. 신용대출과 주담대는 지금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내게 걸리는 건 대개 그중 한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