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월 말 1549원에서 9월 초 1350원대로 두 달여 만에 약 200원 내리면서,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이 9월 3일 769억 달러로 2021년 5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달러가 싸진 국면이라 환테크 수요가 몰렸지만 지금이 저점이라는 보장은 없고, 전망도 추가 하락과 4분기 반등으로 갈린다. 가입 전에는 환전수수료와 예금금리, 그리고 실수요인지 환테크인지 목적부터 따져봐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렸다. 6월 말 1549.4원이던 환율은 9월 4일 1350.4원으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1349.5원까지 떨어져 14개월 만의 최저를 찍었다. 두 달여 만에 약 200원이 빠진 셈이다.
환율이 내렸다는 건 같은 원화로 달러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 돈이 달러로 몰렸다. 9월 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769억8300만 달러로, 합산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많다. 7월 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10.9%, 약 75억 달러가 불었다.

Mathias Reding
숫자를 뜯어보면 주인공은 개인이 아니다. 기업 달러예금이 606억 달러로 9.5% 늘었고, 개인은 136억 달러로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규모 자체가 기업이 압도적이다.
환율이 내린 배경에도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들이 법인세 중간예납 등을 위해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었다. SK하이닉스 한 곳의 환전 규모만 약 265억 달러로 거론된다. 개인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 대목이다. 지금의 원화 강세는 상당 부분 기업의 일시적 환전 수요가 만든 것이라, 그 요인이 사라지면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달러가 싸졌으니 사두면 이득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문제는 지금이 저점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전망부터 갈린다. 환율이 1350원을 뚫으면 1300원 초반까지 더 내려간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4분기에는 반등한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지금 달러를 샀는데 환율이 더 내려가면, 통장 속 달러의 가치는 원화 기준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달러예금은 살 때와 팔 때 두 번 환전 비용이 든다. 나중에 환율이 산 값보다 이 비용 이상으로 올라야 비로소 이익이 난다. '싸 보인다'와 '지금 사면 남는다'는 다른 이야기다.
정리하면 이렇게 나눠 볼 수 있다. 유학·해외여행·해외송금처럼 어차피 달러를 쓸 일이 정해져 있다면, 싼 지금 나눠서 확보해 두는 건 합리적이다. 실수요는 환율 방향에 베팅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순전히 단기 차익을 노리고 저점을 잡겠다며 목돈을 한 번에 넣는 거라면, 추가 하락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여유자금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가입 전에 확인할 것은 다음과 같다.
이 조건이라면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쓸 곳이 정해진 달러라면 지금의 강세는 기회에 가깝고, 오로지 시세차익이 목적이라면 서두를 이유는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