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이 기업가치 2조 달러를 목표로 10월 IPO를 추진하면서,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수요 서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AI 뉴스 한 줄에 SK하이닉스 ADR이 하루 8% 넘게 급등하는 등 주가가 기대만으로 크게 출렁이고, 엔비디아를 둘러싼 투자 순환구조는 밸류에이션 과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발표성 협력과 실제 매출, 뉴스가 만든 기대와 실적 숫자를 구분해 확인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점검이다.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10월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목표 기업가치는 2조 달러, 우리 돈 약 2800조원 이상이다. 지난 6월 1조7700억 달러로 증시에 들어온 스페이스X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 IPO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직 추진 단계이고 실제 성사와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이 뉴스가 남 일이 아닌 이유가 있다. 두 회사는 마이크론과 함께 앤트로픽의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앤트로픽은 이들이 메모리·로직 칩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앤트로픽이 짓는 데이터센터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챗봇 클로드의 수요가 커질수록 HBM 주문이 늘어난다는 그림이다.

Rômulo Queiroz
문제는 이 서사가 주가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AI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국내 반도체주는 크게 움직인다.
최근 오픈AI가 새 모델 '아스트라'를 공개하자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3.38% 올랐고, SK하이닉스 미국 예탁증서(ADR)는 하루 8.14% 급등했다. 마이크론도 6.10% 뛰었다. 그날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3.93%,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MSCI 한국 ETF는 4.60% 상승했다. AI 모델 고도화로 HBM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움직임이다.
주의할 점은 이런 급등이 기대만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상승이 이어지려면 외국인 수급이 돌아서야 한다는 분석이 함께 나왔다. 뉴스에 먼저 오른 주가가 실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되돌림도 그만큼 빠르다.
AI 투자가 과열이라는 지적의 핵심에는 자금이 도는 방식이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 GPU를 사는 기업에 직접 투자한다. 오픈AI에는 1100억 달러 펀딩 라운드에서 300억 달러를, 코어위브와 네비우스에는 각각 20억 달러를 넣었다.
GPU를 팔아 번 돈으로 그 GPU를 살 자금을 대주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엔비디아의 투자 포트폴리오 가치는 1년 사이 990억 달러로 불었다. 수요가 실제 수익이 아니라 자본 유입에 기대고 있다면, 자금 흐름이 멈추는 순간 수요도 함께 식을 수 있다. 앤트로픽의 2조 달러 목표 역시 현재 평가된 기업가치의 두 배가 넘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들고 있다면 뉴스에 반응하기 전에 아래를 점검하는 편이 낫다.
방향은 분명하다. AI 확산은 HBM 수요를 키우고, 국내 두 회사는 그 한복판에 있다. 다만 방향이 맞다는 것과 지금 가격이 적당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뉴스가 만든 기대와 실적이 만든 숫자를 구분하는 것이 이 국면에서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