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성과급 60%를 자사주로 주는 방식을 둘러싸고 생산직 노조에서 25표 차로 부결되며 재협상에 들어갔다. 찬반이 50 대 50에 가까웠던 만큼 자사주 비중을 낮춘 수정안이 다음 투표를 넘길 가능성이 있고, 이 사안은 배당 같은 주주환원 정책과는 별개다. 투자자는 재협상 타결과 재투표 결과, 실적 발표 때의 성과급 정리 방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8월 25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생산직인 전임직 노조에서 반대 7535표(50.08%), 찬성 7510표(49.92%)로 단 25표 차이였다. 투표율은 93.81%로, 선거인 1만6038명 가운데 1만5045명이 참여했다.
부결된 핵심은 성과급 지급 방식이다.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으로, 60%를 자사주로 주는 안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PS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지 1년 만에 자사주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 반대의 방아쇠였다.

Rômulo Queiroz
같은 회사 안에서도 노조별로 표심이 갈렸다. 약 900~1000명 규모의 기술사무직 노조는 잠정합의안을 가결했지만, 1만6000명 규모의 전임직 노조가 부결시켰다. 두 노조 중 하나라도 부결되면 재협상하기로 사전에 합의돼 있어, 규모가 큰 생산직의 반대가 결과를 갈랐다.
반대 이유는 돈의 성격이다. 자사주는 주가에 따라 가치가 흔들리고, 이연 지급분은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 성과급을 지금의 현금으로 받고 싶은 쪽에서 보면 주식 전환은 확정된 보상을 변동성에 노출시키는 셈이다.
부결됐지만 회사가 제시한 안의 구조는 살펴둘 만하다. 자사주 가격은 1월 경영성과 발표일, 2월 PS 현금 지급일, 4월 주식 지급일 세 시점의 종가 중 가장 낮은 값으로 정하도록 했다. 같은 금액이라도 낮은 가격을 적용하면 받는 주식 수가 늘어난다.
주가가 떨어져 손해가 나면 부족분을 현금으로 보전하고, 그 보전금에 붙는 세금까지 회사가 부담하는 조건도 붙었다. 첫해 지급분은 최대 80%까지 현금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회사로서는 현금 유출을 줄이면서 반발을 달래려 한 설계였지만, 표를 넘기지는 못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부결을 노조 리스크의 재점화로만 볼 필요는 없다. 찬반이 50 대 50에 가까웠다는 것은 자사주 비중을 조금만 낮춰도 다음 투표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2023~2024년에도 비슷한 재협상 과정을 거친 전례가 있다.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 자체는 회사의 현금 유출을 줄이는 쪽이다. 다만 구성원에게 나눠준 주식이 시장에 나오면 단기 수급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 정책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구분해둘 필요가 있다. 임직원 보상 재원을 어떻게 짜느냐의 문제이지,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을 직접 건드리는 결정은 아니다.
당장 정해진 것은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사실뿐이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자사주 비중을 어느 선까지 낮추느냐, 그리고 재협상안이 언제 다시 조합원 투표에 부쳐지느냐다.
주주라면 재협상 타결 여부와 재투표 결과, 그리고 실적 발표 때 PS 규모와 지급 방식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다. 부결 자체보다 그 뒤에 나올 합의 내용이 회사의 현금 흐름과 직원 사기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