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의 무보증사채와 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한 개인 319명이 최소 325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홍석현 회장 등 총수 일가와 판매 금융사 임직원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름 있는 그룹의 회사채라도 계열사 간 자금 돌려막기로 재무가 부풀려질 수 있어, 브랜드나 판매 창구만 믿고 산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게 됐다. 회사채에 넣기 전 신용등급과 공시, '무보증' 여부, 판매사의 설명 책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중앙일보와 JTBC가 발행한 회사채에 돈을 넣은 개인 투자자 319명이 최소 325억원을 물렸다며 지난 8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대상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부회장 등 총수 일가, 계열사 전·현직 대표, 채권을 판 금융사 임직원까지 20명이다.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즉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를 거짓으로 꾸며 채권을 팔았다는 것이다.
아직 고소 단계이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아는 언론 그룹의 채권도 개인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회사채를 처음 들여다보는 월급쟁이 투자자라면, 이 사건이 던진 경고 신호부터 짚어둘 만하다.

Jakub Zerdzicki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공모 무보증사채'와 전자단기사채(전단채)였다. 무보증사채는 말 그대로 담보나 제3자 보증이 없다. 발행한 회사가 갚지 못하면 투자자가 돌려받을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조달용 채권이다. 금리가 조금 높아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그 금리는 곧 위험의 대가다. 상품 이름에 '무보증'이 붙어 있다면, 오직 발행사의 상환 능력 하나만 보고 돈을 맡기는 셈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검찰에 접수된 주장에 따르면, 중앙그룹은 자본이 부족한 계열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다른 계열사가 이를 사주는 방식으로 장부상 자본을 부풀렸다. 그렇게 만든 재무제표를 근거로 회사채를 반복 발행해 외부 자금을 끌어왔다는 것이다. 돈을 빌려간 계열사가 흔들려도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구조가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그룹 계열사의 98%가 비상장이라는 점이 꼽힌다. 외부에서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무제표 숫자가 깨끗해 보여도, 계열사끼리 서로 자본을 채워주는 구조라면 그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산 통로는 익숙한 금융사 창구였고, 발행사는 이름난 언론 그룹이었다. 그러나 판매사가 팔았다고, 발행사가 유명하다고 상품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판매에 관여한 금융사 임직원까지 고소 대상에 오른 것도 이 지점이다.
회사채는 예금이 아니다. 다음을 직접 확인한 뒤 판단하는 편이 안전하다.
다섯 항목 중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금리가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한 걸음 물러설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