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9회 로또 1등 13명 가운데 10명이 자동 구매여서 자동이 유리하다는 말이 다시 돈다. 하지만 조합 하나하나의 당첨 확률은 자동이든 수동이든 똑같고, 자동 당첨자가 많은 건 자동으로 사는 사람이 원래 많기 때문이다. 방식보다 한 주에 얼마를 쓸지 정하는 것이 로또를 대하는 더 현실적인 기준이다.

8월 29일 추첨한 1239회 로또에서 1등이 13명 나왔다. 당첨번호는 11, 13, 22, 32, 33, 36. 한 명당 약 22억 1478만 원을 받는다. 언론이 짚은 대목은 당첨 방식이었다. 13명 중 10명이 자동, 2명이 수동, 1명이 반자동이었다.
숫자만 보면 자동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역시 자동이 잘 맞는다"는 말이 나온다.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동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했을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숫자는 자동이 유리하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Erik Mclean
로또는 1부터 45까지 중 6개를 맞히는 게임이다. 나올 수 있는 조합은 814만 5060가지고, 1등 확률은 그 분의 1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조합이 정확히 같은 확률을 갖는다는 점이다.
기계가 무작위로 뽑은 여섯 개나, 내가 손으로 고른 여섯 개나, 다음 추첨에서 뽑힐 가능성은 동일하다. 자동이라고 당첨 조합에 가까운 번호를 고르는 게 아니고, 수동이라고 불리한 것도 아니다. 지난 회차에 자동 1등이 많았다는 사실은 다음 내 한 장의 확률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답은 단순하다. 자동으로 사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로또 자동 선택 비율은 2002년 25%에서 2007년 74%까지 올랐고, 지금도 다수가 자동을 고른다. 판매되는 복권 열 장 중 예닐곱 장이 자동이라면, 당첨자 열 명 중 예닐곱 명이 자동인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과거 나눔로또가 집계한 통계에서도 1등의 71%가 자동, 29%가 수동이었는데, 이는 자동이 잘 맞아서가 아니라 자동을 많이 사서 나온 비율이다.
던지는 동전이 앞면이 많이 나온 게 아니라, 애초에 앞면에 건 사람이 많았던 것과 같다.
확률은 같지만 실질적으로 갈리는 지점이 하나 있다. 당첨됐을 때 나눠 갖는 사람 수다.
사람이 직접 고르는 수동은 생일이나 기념일 때문에 1부터 31 사이 숫자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만약 그런 인기 조합이 당첨되면, 같은 번호를 적은 사람이 여럿이라 1등 상금을 여러 명이 쪼개게 된다. 반면 자동은 1부터 45까지 고르게 퍼지므로 남과 겹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즉 자동의 이점은 '더 잘 맞는 것'이 아니라 '맞았을 때 덜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쪽에 가깝다. 그마저도 미세한 차이다.
로또는 구조적으로 돈을 넣을수록 평균적으로 손해를 보는 게임이다. 당첨금으로 돌아오는 몫이 판매액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자동이냐 수동이냐를 고민하는 데 쓸 에너지를, 한 주에 얼마까지 쓸지 정하는 데 쓰는 편이 낫다.
기준은 이렇게 잡을 수 있다. 로또를 투자로 여긴다면 접는 게 맞고, 소액으로 사는 재미로 본다면 매주 상한선을 정해 그 안에서만 사는 것이다. 5000원이든 1만 원이든, 없어도 생활에 지장 없는 금액으로 한도를 걸어 두면 방식은 자동이든 수동이든 상관없다. 로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번호가 아니라 지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