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밀 선물 가격이 연초 대비 40% 가까이 뛰며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최근 국내 라면·빵값 인상은 밀값이 아니라 환율·유가·포장재가 주된 이유로 제시됐다. 국제 곡물가는 환율과 가공·유통 원가를 거쳐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번 밀값 급등의 부담은 아직 장바구니에 다 오지 않았다. 지금은 밀가루 제품 지출 비중과 환율 흐름을 함께 점검해 다음 인상 파고에 대비할 시점이다.
국제 밀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기준 밀 선물은 8월 초 부셸당 7달러를 넘어섰다. 연초와 비교하면 40%에 가까운 상승이고, 2023년 여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인은 공급 쪽에 몰려 있다. 흑해와 아조프해에서 곡물 운반선과 항만 시설이 공격받으면서 수출 차질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의 폭염·가뭄이 겹쳤다. 특히 미국의 밀 생산은 197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밀은 빵과 면, 과자의 기초 원료라 이 상승분은 여러 품목으로 넓게 퍼질 수 있다.
다만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도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대두·옥수수 생산이 기록적이고 세계 곡물 재고율도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밀값이 한 방향으로만 치솟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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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가공식품 가격은 줄줄이 올랐다. 다만 업체들이 밝힌 인상 이유를 보면 이번 밀값 급등과는 거리가 있다.
| 품목 | 시점 | 평균 인상률 |
|---|---|---|
| 뚜레쥬르 빵·케이크 76종 | 7월 31일 | 8.2% |
| 농심 용기라면 | 8월 1일 | 6.0% |
| 던킨 도넛 39종 | 8월 2일 | 6.5% |
| 롯데칠성 44품목 | 6월 26일 | 5.3% |
이들 인상의 배경으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든 것은 고환율과 고유가, 포장재·물류비 부담이었다. 국제 밀 가격을 직접 이유로 든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즉 지금 체감하는 인상은 밀값 급등이 반영된 결과라기보다, 그 이전부터 쌓인 다른 비용이 밀어 올린 것에 가깝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순서 때문이다. 국제 곡물가는 곧바로 진열대 가격이 되지 않는다.
국제 곡물가가 소비자 가격에 닿기까지는 대체로 네 단계를 거친다. 국제가격이 오르면 원·달러 환율을 반영한 수입단가가 오르고, 그 뒤 사료·가공·유통 원가에 얹힌 다음, 시차를 두고 소비자 식품물가로 넘어온다. 이 과정에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한국은 이 경로에 특히 민감하다. 곡물자급률이 사료를 포함해 20% 안팎에 그쳐 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국제 밀값이 오를 때 원화까지 약세면 수입단가는 이중으로 밀려 올라간다. 결국 이번 여름의 밀값 급등이 만든 부담은 아직 장바구니에 전부 도착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지금의 인상은 앞선 파도이고, 밀발 인상은 다음 파도일 수 있다.
당장 사재기를 할 상황은 아니다. 대신 다음 인상 국면에 흔들리지 않도록 소비 구조를 점검해 두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밀값은 이미 올랐지만, 그 부담이 국내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시차가 곧 준비할 여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