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9월 11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원자재·에너지 ETF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국내 원유 ETF는 현물이 아니라 WTI 선물을 추종해 롤오버 비용이 붙고, 유가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담기 전에 그 상품이 무엇을 추종하는지와 포트폴리오 내 원자재 비중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9월 1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가 나란히 6%대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는 장중 107달러까지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의 원유 수송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눈앞에 뒀다는 우려가 겹친 결과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다. 여기에 홍해 항로까지 막히면 유조선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해 운송 비용과 공급 차질 부담이 커진다. 지금의 급등은 이런 공급 불안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유가는 물가로도 번진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7월(4.8%)보다 오름폭이 커졌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다. 시장은 다음 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올릴 가능성을 약 70%로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 테마가 다시 눈길을 끄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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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많은 투자자가 놓치는 지점이 있다. 국내에 상장된 원유 ETF는 원유 현물이 아니라 WTI 선물을 추종한다. KODEX WTI원유선물(H)이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선물은 만기가 있어서, ETF는 매달 한 번 만기가 다가온 계약을 팔고 다음 달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용이 샌다는 점이다. 근월물보다 원월물이 비싼 콘탱고 구조에서는 싼 계약을 팔고 비싼 계약을 사게 돼, 같은 돈으로 쥐는 계약 수가 줄어든다. 월 1% 수준의 롤오버 비용이 쌓이면 1년이면 10%를 넘어선다. 유가가 제자리를 지켜도 ETF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유가 상승률과 ETF 수익률이 어긋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급등한 가격은 이미 벌어진 사건과 우려가 반영된 값이다. 지금 담는 사람은 분쟁이 더 나빠진다는 쪽에 베팅하는 셈이다. 반대로 휴전이나 협상 소식이 나오면 되돌림도 그만큼 빠르다.
사려는 상품이 무엇을 추종하는지부터 확인하자. 이름에 '선물'이 붙어 있으면 앞서 말한 롤오버 비용이 따라붙는다. 최근 몇 달의 유가 그래프와 그 ETF의 주가 그래프를 겹쳐 보면 둘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인 괴리율이 크게 벌어져 있다면, 급등장에 웃돈을 얹어 사는 것일 수 있다.
유가가 오른다는 방향이 맞더라도, 그 상승을 그대로 담아 주는 상품은 생각보다 드물다. 무엇을 사는지 확인한 뒤 정해둔 비중 안에서 움직이는 편이 급등 뉴스를 좇는 것보다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