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4.85%대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로 뛰었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값은 떨어지므로 채권형 펀드·ETF가 마이너스를 내는 것은 원리대로의 반응이다. 손실 폭은 상품의 듀레이션에 좌우되니, 내 상품의 듀레이션과 그 돈을 언제 써야 하는지를 먼저 맞춰봐야 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현지시간 9일 장중 4.857%까지 올랐다.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방아쇠는 유가였다. 중동發 지정학 불안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1달러를 넘어서며 넉 달여 만에 100달러 선을 회복했다. 기름값이 뛰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물가가 불안하면 금리는 오른다. 같은 날 뉴욕증시는 사흘째 내렸다.
여기까지는 시장 뉴스다. 채권형 상품에 돈을 넣어 둔 사람에게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이 금리 움직임이 내 계좌에 어떻게 닿느냐다. 특히 퇴직연금이나 ISA 계좌에 채권형을 담아둔 경우, 변화는 뉴스보다 잔고에서 먼저 체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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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는 단순하다. 채권은 정해진 이자를 준다. 그런데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기 시작하면, 이미 낮은 이자로 발행된 기존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그만큼 값이 싸져야 팔린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내려간다. 채권형 펀드·ETF가 마이너스를 찍는 건 고장이 아니라 이 원리대로의 반응이다.
떨어지는 폭은 상품마다 다르다. 이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듀레이션'이다. 듀레이션은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가격이 몇 % 흔들리는지를 보여 준다. 듀레이션이 5인 상품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값이 대략 5% 빠지고, 듀레이션이 8이면 8% 안팎으로 더 크게 빠진다. 장기채 ETF일수록 듀레이션이 길고, 그만큼 금리에 예민하다.
| 듀레이션 | 금리 1%p 상승 시 | 금리 1%p 하락 시 |
|---|---|---|
| 2년 | 약 -2% | 약 +2% |
| 5년 | 약 -5% | 약 +5% |
| 8년 | 약 -8% | 약 +8% |
같은 금리 변동이라도 듀레이션이 길면 손익 진폭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이 표는 방향을 잡기 위한 어림값이고, 실제 상품은 보유 채권 구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먼저 볼 건 내가 가진 상품의 듀레이션이다. 운용사 상품 페이지나 월간 운용보고서에 '듀레이션' 또는 '평균 만기'로 적혀 있다. 이 숫자가 크면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 손실 폭이 크고, 반대로 앞으로 금리가 내릴 때 반등 폭도 크다.
그다음은 그 돈을 언제 쓸지다. 판단은 두 갈래로 갈린다.
주의할 건 마이너스 계좌를 보고 반사적으로 파는 것이다. 단기채라면 만기까지 들고 가며 오른 이자를 받는 쪽이 나을 수 있고, 장기채라도 돈 쓸 시점이 멀다면 손절이 능사는 아니다. 반대로 곧 써야 할 돈을 장기채에 넣어 두었다면, 지금이 듀레이션을 줄여둘 시점이다.
이번 금리 급등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내 상품의 듀레이션과 돈 쓸 시점, 이 두 가지만 맞춰 두면 금리가 어느 쪽으로 가든 계좌는 덜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