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설이 불거지면서 8월 6일 주가가 하루 10%대 급락했고, 회사는 9월 4일 재공시에서도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알짜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면 모회사 주주의 경제적 지분율이 낮아지고 그 가치가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더블 카운팅'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액주주라면 상장 자체보다 회사가 지분 희석을 상쇄할 주주환원책을 함께 내놓는지를 공시에서 확인해야 한다.
지금 SK하이닉스 주식을 들고 있다면 궁금한 건 하나다. 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에 상장한다는데, 그게 내 주식에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핵심부터 말하면, 별도 상장 자체가 모회사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솔리다임의 실적과 가치가 SK하이닉스라는 하나의 회사 안에 묶여 있다. 주주는 그 전체를 산 셈이다. 그런데 솔리다임이 따로 상장하면서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팔면,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대해 갖는 '경제적 지분율'이 낮아진다. 알짜 사업의 몫을 외부와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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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이 문제를 부르는 이름이 '더블 카운팅', 우리말로는 중복상장 할인이다. 같은 사업의 가치가 자회사 주가에서 한 번, 모회사 주가에서 또 한 번 평가받아야 하는데, 시장은 대개 모회사 쪽을 깎아서 본다. 모회사를 사면 자회사 지분을 간접적으로 갖는 셈인데도, 그 가치를 온전히 쳐주지 않는 것이다. 지주회사 주가가 자회사 가치의 합보다 낮게 거래되는 '지주사 할인'과 같은 원리다.
토스증권 이영곤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건을 두고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불리한 이슈라고 평가했다. 솔리다임이 버는 현금이 배당 등을 거쳐 모회사 주주에게 도달하는 경로가 길어지고,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할수록 SK하이닉스의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실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8월 초 투자은행 업계에서 솔리다임이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5조~10조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에 나섰고, 기업가치 50조원 안팎으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의 '설'이다. SK하이닉스는 8월 5일과 9월 4일 두 차례 공시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고, 확정 시점이나 3개월 이내에 다시 공시하겠다고 했다.
솔리다임은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뒤 수년간 적자였다가 올 상반기 수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적자 사업이 알짜로 바뀐 시점에 상장설이 나온 만큼,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반응은 숫자로 나타났다. 상장설이 보도된 직후인 8월 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 10%대 급락했다. 6월 24일 298만7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8월 중순 160만원대까지 밀렸다. 물론 이 하락 전부를 솔리다임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사이 반도체 업황과 차익 실현 물량 등 다른 변수도 겹쳤다. 다만 상장설이 하락을 촉발한 방아쇠 중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
증권가 시각이 한쪽으로 쏠린 것도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은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와 후속 재원 확보 측면을 짚으며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별도 상장이 무조건 악재는 아니라는 반론이다.
정리하면, 지금 단계에서 확정된 것은 없다. 그렇다면 주주가 할 일은 다음 공시를 감정이 아니라 기준을 갖고 읽는 것이다.
이 조건이라면 판단은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상장 계획만 나오고 주주 보호 장치가 빠져 있다면 희석 우려가 앞선다. 반대로 상장과 함께 자사주 소각 같은 환원책이 구체적으로 붙는다면, 조달한 자금이 다시 주주 가치로 돌아올 여지가 생긴다. 상장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상장을 어떤 조건으로 하느냐가 소액주주에게는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