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8월 19일 40조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국내 상장사 소각 사상 최대 규모다. 소각은 현금을 나눠주는 배당과 달리 발행주식 수 자체를 줄여 남은 주주의 지분 비율과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보유자는 40조 취득·소각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그리고 이 환원이 일회성인지 지속되는지를 나눠서 확인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8월 19일 이사회에서 40조원어치 자기주식을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종가 166만2000원 기준으로 약 2407만주,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국내 상장사가 발표한 자사주 소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같은 주주환원이라도 배당과 소각은 작동 방식이 다르다. 배당은 회사가 번 현금을 주주에게 직접 나눠준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만 그 자리에서 배당소득세 15.4%가 빠진다. 소각은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들인 뒤 그 주식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당장 내 손에 들어오는 현금은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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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나눗셈이다. 회사 가치가 그대로인데 주식 수가 줄면, 주식 한 장이 대표하는 몫이 커진다. 발행주식의 3.3%가 소각되면 남은 주주는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그만큼 올라간다.
주당순이익(EPS)도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벌어들인 이익을 더 적은 주식 수로 나누기 때문에 주당 이익이 높아진다. 주가를 EPS로 판단하는 투자자에게는 같은 실적이라도 주식이 더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배당이 주주 개인의 현금을 늘린다면, 소각은 주식 한 장의 밀도를 높이는 셈이다.
다만 이 효과는 회사가 실제로 주식을 사들여 소각을 마쳐야 완성된다. 이번 취득은 8월 20일부터 약 3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회사는 취득이 끝나는 대로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시점과 소각 완료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는 배당 중심을 택했다. 방식이 갈린 데는 지배구조 사정이 있다. 삼성전자는 금산법상 금융계열사가 지분을 10%까지만 들 수 있어, 소각으로 발행주식이 줄면 계열사 지분율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부담을 안는다.
SK하이닉스는 반대다. 지주사인 SK스퀘어는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20.00%로 아슬아슬하다. 소각으로 발행주식이 줄면 SK스퀘어 지분이 자동으로 약 20.68%까지 올라가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SK하이닉스에게 소각은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안정이라는 두 목적에 동시에 맞는 카드였다.
소각 뉴스에 반사적으로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나눠서 볼 것이 있다.
첫째, 이번 환원이 일회성인지 정책인지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11월에 밝힌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기준을 '3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올렸다. 40조 소각은 이 상향된 정책을 조기에 실행하는 성격이다. 이익을 만들어내는 FCF가 계속 뒷받침돼야 환원도 이어진다.
둘째, 발표가 주가에 얼마나 이미 반영됐는지다. 소각 규모가 크더라도 시장이 발표 직후 상당 부분을 가격에 넣었다면, 뒤늦게 들어가는 사람이 얻을 여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셋째, 소각 이행 여부다. 취득 기간이 끝나는 3개월 뒤 실제 소각이 공시되는지까지 확인해야 발표가 숫자로 완결된다. 주주환원의 방향이 좋다는 것과, 지금 이 가격에 새로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다른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