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55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매입 속도로 인해 예정보다 이른 10월에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매수세가 그동안 주가를 받쳐 온 만큼 종료 뒤 수급 공백 우려가 나오지만, 이는 단기 수급 문제일 뿐 HBM·낸드 수요라는 중장기 실적과는 다른 축이다. 적립식 투자자라면 흔들리는 근거가 수급인지 실적인지, 투자 기간이 얼마인지를 먼저 따져 매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낫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자사주 매입은 두 회사를 합쳐 55조원 규모다. 삼성전자가 15조원(5328만여 주), SK하이닉스가 40조원(2407만 주)어치를 장내에서 사들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8월 하순 매입을 시작했고, 공시상 종료 예정일은 11월이다.
문제는 매입 속도다. 9월 3일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계획의 37.2%, SK하이닉스는 32.4%를 이미 사들였다. 이 속도가 이어지면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이른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 물량이 모두 소진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기업 | 매입 규모 | 공시 종료 | 조기 종료 전망 |
|---|---|---|---|
| 삼성전자 | 15조원 | 11월 21일 | 10월 초 |
| SK하이닉스 | 40조원 | 11월 19일 | 10월 중순 |

거열 박
자사주 매입이 주목받은 이유는 회사가 직접 자기 주식을 사는 큰 매수 주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팔아도 이 매수가 받쳐 주면서 주가가 버텼다. 9월 3일 종가는 삼성전자 25만5500원, SK하이닉스 164만7000원 수준이었다.
그래서 시장의 걱정은 단순하다. 이 매수세가 10월에 멈춘 뒤에도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면, 받아 줄 주체가 빠진 자리에 수급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 회사의 자사주는 성격이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사들인 주식을 전량 소각해 주식 수 자체를 줄인다. 반면 삼성전자 물량은 임직원 주식보상용이라 소각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자사주 매입'이라도 주주가치에 남기는 효과가 같지 않다는 뜻이다.
수급은 주가를 움직이는 한 축일 뿐이다. 다른 축은 실적이고, 여기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노무라증권은 AI 투자 사이클에 따른 전례 없는 수요를 근거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샘플 출하에 나서는 등 고대역폭메모리와 낸드 수요 확대의 한복판에 있다.
정리하면 자사주 매입 종료는 '단기 수급' 이벤트에 가깝고, HBM·낸드 수요는 '중장기 실적'의 문제다. 매입이 끝난다고 해서 반도체 업황 전망 자체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를 섞어서 보면 판단이 흐려진다.
매달 정해진 금액으로 사 모으는 적립식의 목적은 애초에 '언제 사느냐'의 위험을 시간에 나눠 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사주 매입 종료라는 단기 수급 이벤트 하나로 매수 계획을 흔들 이유는 크지 않다. 오히려 주가가 눌리는 구간은 적립식 입장에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수량을 담는 국면일 수 있다.
매수를 멈출지 판단하고 싶다면 다음을 스스로 확인해 보는 편이 낫다.
장기 자금이고 근거가 실적이 아니라 수급이라면, 계획을 유지하는 쪽이 적립식의 원래 취지에 맞는다. 반대로 단기 자금이거나 레버리지가 끼어 있다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무리하지 않는 편이 현실적이다. 어느 쪽이든 이 글은 매수·매도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정리한 것이며, 최종 선택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