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에 불복해 8월 14일 밤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이로써 확정이 다시 미뤄졌지만, 법조계는 대법원이 이미 파기환송한 사건인 만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게 본다. 확정 시 현금 마련을 위한 SK㈜ 지분 처분 가능성이 지배구조·주가의 변수로 남아, 주주라면 처분 방식과 그룹 지배력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8월 14일 밤 11시 59분, 마감 직전에 대법원에 재상고장을 냈다. 재상고가 없었다면 8월 15일 0시부로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상황이었다. 서울고법 가사1부가 지난 7월 24일 선고한 이 판결의 핵심은 최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확정은 미뤄졌지만 판결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법원 재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재판이 아니라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이 있었는지를 보는 법률심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2025년 10월 이미 한 차례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이 그 법리를 토대로 금액을 산정한 만큼 결론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최 회장 측이 재상고를 택한 것도 시간을 벌어 공시 등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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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혼 조정으로 시작된 소송은 심급마다 재산분할 규모가 크게 출렁였다. 관건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나눌 재산으로 볼지였다.
| 단계 | 시기 | 재산분할금 | SK㈜ 주식 |
|---|---|---|---|
| 1심 | 2022.12 | 665억원 | 분할 제외 |
| 2심 | 2024.5 | 1조3808억원 | 분할 포함 |
| 파기환송심 | 2026.7 | 9440억원 | 분할 포함 |
1심은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에서 뺐다. 2심이 이를 공동재산으로 인정하면서 금액이 20배 넘게 뛰었고,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을 기여도에서 제외하도록 파기환송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9440억원으로 조정됐다. 주식을 어떻게 보느냐가 지금의 지배구조 논란으로 이어진 셈이다.
9440억원은 현금 지급액이다. 최 회장의 자산 상당 부분이 SK㈜ 지분에 묶여 있어, 이 돈을 마련하려면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SK㈜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지주회사이므로, 오너 지분이 줄면 그룹 지배력 약화 우려와 시장 수급 부담이 함께 거론된다.
다만 처분이 기정사실은 아니다. 배당이나 대출 등 다른 재원을 활용하거나, 재상고로 확보한 시간 동안 나눠서 대응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은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주식을 평가했는데, 최 회장 측은 그 이후 80만원대에서 50만원대로 움직인 주가 변동을 분할에 반영한 것이 적절한지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이슈는 회사 실적이 아니라 오너의 개인 채무에서 비롯된 사안이다. 그래서 SK 계열사에 투자한 개인이라면 다음 세 가지를 구분해 보는 편이 낫다.
첫째는 지분 처분 방식이다. 대규모 시장 매각인지, 블록딜이나 담보대출 같은 방식인지에 따라 주가에 주는 수급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 관련 내용은 공시로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지배구조다. SK㈜ 지분율 하락은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 지배력에도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지분율 변화 자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사업 펀더멘털과의 분리다. 소송 재료로 낙폭이 커진 계열사가 있다면, 그 하락이 실적 악화 때문인지 오너 리스크 때문인지 나눠 판단하는 게 맞다.
확정 시점이 재상고로 몇 달 더 미뤄진 만큼, 소송 관련 재료는 앞으로도 소멸과 재부각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확정 판결과 처분 공시, 이 두 가지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려의 크기를 사실보다 앞세우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