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0년물 국채금리가 9월 29일 장중 5.6%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를 찍으면서, 안전하다던 채권혼합 ETF가 최근 한 달 기초지수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유가와 물가, 금리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주식과 채권이 함께 떨어져 전통적인 분산 효과가 약해진다. 지금 필요한 건 매도 결정이 아니라 내 상품의 채권 비중과 만기, 통화를 확인하고 적립은 유지하되 무엇을 조정할지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먼저 큰 그림이다. 국제 긴장으로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자극받고,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린다는 기대가 생긴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9월 29일 장중 5.618%까지 뛰어 2002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제안을 거부하면서 국제유가와 미 국채 매도가 다시 붙은 흐름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떨어진다.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가와 금리가 같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주식보다 채권형·장기채 상품이 먼저, 더 크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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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주식에 채권을 섞으면 안전하다"는 공식이 이번엔 잘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한 달 주요 채권혼합 ETF는 자신이 담고 있는 기초지수보다 오히려 더 하락했다.
| 상품 | 1개월 | 기초지수 | 차이 |
|---|---|---|---|
| ACE 미국S&P500미국채혼합50 | -6.03% | -1.65% | -4.38%p |
| KODEX 200미국채혼합50 | -5.80% | -1.91% | -3.89%p |
| TIGER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50 | -4.59% | -2.26% | -2.33%p |
미 10년물 금리가 지난달 4.69%에서 5%를 넘어서자 채권 가격이 내렸고, 같은 이유로 주식도 눌렸다. 주식과 채권이 함께 떨어지면서 6 대 4 포트폴리오가 기대하던 분산 효과가 약해진 것이다. 미 장기채 ETF는 한 달 새 4~5% 빠져 채권형 상품 가운데 성적이 가장 나빴다.
패닉으로 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에 세 가지만 순서대로 본다.
첫째, 채권 비중이다. 상품명이나 운용보고서에서 채권이 몇 %인지 확인한다. 이름에 "채권혼합50"이 붙어 있으면 절반이 채권이라는 뜻이다.
둘째, 듀레이션(평균 만기)이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격이 더 많이 빠진다. 30년물 계열을 담고 있다면 지금 낙폭이 큰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셋째, 통화다. 미국 자산을 담은 상품이면 환율도 함께 움직인다. 달러가 강해지는 국면에서는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이 지수 등락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 세 가지만 알아도 "왜 내 상품만 이렇게 빠지지"라는 불안의 절반은 사라진다.
바꾸지 않을 것부터 보자. 매달 일정액을 넣는 적립 구조 자체는 유지하는 편이 낫다. 가격이 내렸다는 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좌수를 산다는 뜻이고, 이건 원래 적립식이 가진 장점이다. 뉴스 하나에 적립을 멈추면 나중에 회복하는 구간을 통째로 놓치게 된다.
바꿀 것은 편중이다. 포트폴리오가 장기채나 채권혼합 한쪽에 쏠려 있고 그것이 지금 가장 크게 흔들리는 자산이라면, 앞으로 넣을 신규 적립분의 비중을 조금씩 조정하는 정도는 합리적이다. 이미 가진 것을 손실로 확정하며 파는 것과, 앞으로 들어갈 돈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결정이다.
기준은 하나다. 금리와 유가가 언제 꺾일지는 아무도 확답하지 못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말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방향을 못 맞힐 상황이라면, 맞히려 애쓰는 대신 어느 쪽으로 흘러도 버틸 수 있게 만기와 통화의 쏠림을 줄여두는 편이 월급쟁이에게 더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