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월 장중 7000선을 회복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지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코스피 지수를 담는 ISA·연금저축 투자자는 사실상 반도체 두 종목에 계좌 절반을 걸고 있는 셈이라 분산 효과가 약하다. 신용융자와 예탁금이 다시 과열 구간에 들어선 만큼, 추격매수 전에 내 반도체 비중과 현금 여력부터 점검할 시점이다.

코스피가 8월 중순 장중 7000선을 회복했다. 지수만 보면 시장 전체가 고르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월 초 기준 약 49%다. 6월 19일에는 54.76%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두 종목의 합산 비중은 3월에 처음 40%를 넘었고 5월 말 50%를 돌파했다. 6월 22일에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는데, 약 25년 7개월 만의 자리바꿈이었다. 지수가 다시 7000을 회복한 동력의 상당 부분이 이 두 종목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Photo by Jason Briscoe on Unsplash
ISA나 연금저축에서 코스피200이나 코스피 추종 ETF를 꾸준히 담아온 사람이라면, 스스로는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시가총액에 비례해 종목을 담는다. 코스피 시총의 절반이 반도체 두 종목이라면, 내 코스피 ETF의 절반도 그 두 종목이다.
분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뿐, 실제로는 반도체 경기와 두 회사의 실적에 계좌 절반이 묶여 있는 셈이다. 반도체가 오를 때는 지수가 시장 평균보다 잘 버텨줬지만, 방향이 바뀌면 같은 논리로 더 크게 흔들린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담은 게 무엇인가'다.
빚을 내서 사는 흐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월 13일 30조 9,262억원으로 7거래일 연속 늘었다. 같은 날 투자자예탁금은 100조 683억원으로 사흘 만에 다시 100조원을 넘어섰다. 대기 자금과 빚투가 동시에 불어나는 구간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쏠림이 뚜렷하다. 국내 개인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을 8월 12~13일 이틀간 6억 6,285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였던 알파벳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자체가 7월 29일 10,447에서 8월 13일 12,456으로 약 19% 반등한 직후의 매수라는 점이 걸린다. 오른 뒤에 따라 들어간 자금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에서도 신용융자 잔고가 8월 4일 5조 8,146억원까지 줄었다가 8월 12일 6조 2,199억원으로 다시 붙고 있다. 어느 한 지표가 아니라 여러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과열을 의심할 근거는 그만큼 커진다.
숫자를 확인하는 것과 지금 더 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수가 7000을 회복했다는 사실은 이미 반영된 결과이지, 앞으로 더 오른다는 약속이 아니다. 추격매수에 나서기 전에 아래를 먼저 점검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세 가지가 모두 여유로우면 기존 계획을 유지하면 된다. 하나라도 빨간불이면, 지금은 더 담기보다 반도체 외 자산의 비중을 채워 균형을 맞출 시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