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발표로 9월 수출이 1209억 달러로 월간 첫 1200억 달러를 넘고 반도체가 603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이 기록은 메모리 반도체에 크게 기댄 숫자이고, 주가는 이런 호조를 미리 반영하는 성질이 있어 좋은 뉴스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상당 부분 올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금과 적립식은 뉴스에 매매하기보다 자동 적립 유지, 정해진 주기의 리밸런싱, 반도체 쏠림 점검이라는 원칙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월 1일 발표한 9월 수출은 1209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3.5% 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200억 달러를 넘었다. 반도체 한 품목이 603억 달러를 수출해 단일 품목 첫 600억 달러를 찍었다. 기록적인 숫자이지만, 퇴직연금이나 적립식 펀드를 굴리는 입장에서 오늘 당장 바꿀 일은 많지 않다. 왜 그런지는 수출이 주가로 이어지는 길과 그 사이의 시차를 보면 드러난다.

Sergei Starostin
증가율부터 뜯어볼 필요가 있다. 83.5%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값이다. 특히 반도체가 262.8% 급증했는데, 메모리가 358.6% 늘어난 540억 7000만 달러로 증가분 대부분을 끌어올렸다. 수출 물량이 늘어난 데다 고정가격까지 오른 결과다. 1~9월 누적 수출은 8145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최대였던 7093억 달러를 9개월 만에 이미 넘어섰다. 산업부는 이 속도라면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연간 1조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봤는데, 이는 월 1000억 달러 수준의 수출이 더 이어진다는 가정이 붙은 전망이다.
바꿔 말하면 이 기록은 경기 전반의 호조라기보다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에 크게 기댄 숫자다. 내 연금이나 펀드가 국내 주식형에 몰려 있다면, 사실상 반도체 사이클에 상당 부분을 걸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출이 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커지고, 그것이 주가로 이어진다. 다만 순서와 시차가 있다. 월간 수출은 이미 지나간 달의 성적표이고, 주가는 앞으로의 이익을 미리 반영하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좋은 수출 숫자가 발표될 때쯤이면 주가는 그 기대를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해 둔 경우가 많다.
10월 1일 증시가 그 예다. 코스피는 1.95% 오른 6971.35로 마감했고 코스닥은 4.48% 뛰었는데, 시장을 더 움직인 것은 9월 수출이라는 지난 숫자보다 마이크론이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이 빠듯할 것이라고 내놓은 '앞으로'의 전망이었다. 개인이 좋은 수출 뉴스를 확인하고 들어갈 즈음엔 주가가 먼저 움직여 있는 일이 흔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적립식과 연금의 장점이 나온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자동으로 넣는 방식은 쌀 때 더 많이, 비쌀 때 덜 사게 돼 타이밍을 맞히지 않아도 평균 매입 단가가 관리된다. 좋은 뉴스에 급히 더 넣거나 나쁜 뉴스에 멈추는 것은 오히려 이 효과를 깨뜨린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이렇게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수출 기록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이 튼튼하다는 반가운 신호다. 다만 그 신호에 맞춰 매매 버튼을 누르기보다, 정해 둔 적립과 배분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쪽이 월급쟁이에게는 더 남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