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7%대, 30년물은 19년 만의 최고인 5.2%대로 올라섰다. 이 상승은 은행채 금리를 밀어올려 시차를 두고 국내 고정형 주담대·전세대출과 예·적금 금리로 전이된다. 대출을 앞뒀다면 금리 방향을, 목돈을 굴린다면 예금 만기 전략을 지금 점검할 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7월 23일 장중 4.71%까지 올랐다.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트럼프 2기 들어 최고치다. 만기가 더 긴 30년물은 5.2%를 넘겨 5.22%를 찍었는데, 이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처음 보는 숫자다.
장기금리가 오른 배경은 하나가 아니다. 2월 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뛰며 물가 우려가 커졌고,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 우려가 겹쳤다. 연준이 물가를 끝까지 누르지 못할 수 있다는 시장의 의심이 만기가 긴 채권에 특히 강하게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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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는 국내 대출금리의 출발점 중 하나다. 미 장기금리가 오르면 국내 채권시장 금리도 따라 움직이고, 그 여파가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채(금융채 AAA) 금리로 넘어온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한 달 새 3.86%에서 4.06%로 4%를 넘었고, 이후 4.24%까지 올랐다. 은행채 5년물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이 금리가 오르면 새로 대출을 받거나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사람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다만 전이에는 시차가 있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인 코픽스(COFIX)는 은행이 예·적금 등으로 돈을 조달한 비용을 반영해 한 달 단위로 바뀐다. 지금의 시장금리 상승이 실제 대출 이자표에 찍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은행채 금리가 오른다는 건 은행이 돈을 비싸게 조달한다는 의미다. 조달비용이 오르면 은행은 예·적금 금리도 함께 올리는 경향이 있다. 대출자에겐 부담이지만, 굴릴 돈을 예금에 넣어둔 사람에겐 이자를 더 받을 여지가 생긴다.
같은 국면이 대출을 앞둔 사람과 예금을 굴리는 사람에게 정반대로 작용하는 셈이다. 대출 실행이 급하지 않다면 금리 방향이 잡힐 때까지 지켜보는 편이 유리하고, 목돈을 예금에 넣을 계획이라면 만기를 길게 묶기보다 짧게 끊어 상승기를 활용하는 선택이 현실적이다.
미국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8월 10일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고, 분기 국채 발행계획에서 '증액'이라는 문구를 '변경 검토'로 바꿔 장기물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외국 중앙은행이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제도(FIMA)도 제안했다.
목적은 분명하다. 장기물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떠받쳐 금리 상승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30년물은 여전히 19년 만의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이 재무부의 신호보다 물가와 재정 우려를 더 무겁게 보고 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