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의 평가손익은 기금이 보유한 자산의 장부상 가치 변동일 뿐, 가입 기간과 소득대체율로 정해지는 내 연금액을 직접 깎지 않는다. 단기 평가손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손실이고, 기금 수익률이 실제로 중요한 지점은 올해 연금액이 아니라 2064년 안팎으로 전망되는 기금 소진 시점이다. 노후 소득을 국민연금 한 층에만 맡기지 말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다.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국민연금 기금이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잃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2025년에는 코스피 급등에 힘입어 기금 수익률이 연 18~20%에 이르렀고, 적립금이 1400조 원대로 불었다. 반대로 2026년 들어 증시가 조정을 받자 한 달 새 평가액이 180조 원 넘게 줄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 먼저 짚을 것이 있다. 이 손익은 '기금'이 보유한 주식·채권의 장부상 가치 변동이다. 내가 매달 낸 보험료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뉴스에 나오는 평가손과 내가 받을 연금액은 서로 다른 계산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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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확정급여형(DB) 제도다. 받을 연금은 가입 기간, 소득대체율, 그리고 가입자 전체의 평균소득(A값) 같은 공식으로 정해진다. 내가 낸 보험료를 굴려서 난 수익률이 내 연금액을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금이 한 해 20%를 벌어도 내 연금이 20% 늘지 않고, 반대로 평가손이 나도 이미 정해진 연금 산식이 깎이지 않는다. 개인이 운용 성과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지는 퇴직연금 DC형이나 개인연금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평가손과 실현손의 차이도 여기서 나온다. 평가손은 아직 팔지 않은 자산의 장부 가격이 내린 것이고, 실제로 매도해 확정된 손실(실현손)이 아니다. 기금은 수십 년 단위로 굴리는 장기 투자자라, 특정 시점의 하락이 그대로 손실로 굳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고 기금 수익률이 나와 무관한 건 아니다. 다만 작동하는 경로가 다르다. 수익률이 중요한 이유는 '올해 내 연금액'이 아니라 '기금이 언제 바닥나는가'에 있다.
개혁 전 추계로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2026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 인상),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면서 소진 시점은 2064년 안팎으로 미뤄졌다. 복지부는 수익률 제고가 병행되면 2071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정리하면 단기 평가손은 내 연금과 거의 무관하고, 장기 수익률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 즉 미래 세대의 부담과 고갈 시점에 영향을 준다. 지금 불안해야 할 대상은 '올해의 평가손'이 아니라 '수십 년 뒤의 제도 설계'인 셈이다.
제도 리스크가 장기에 걸쳐 있다는 건, 뒤집으면 지금 할 수 있는 대비가 있다는 뜻이다. 노후 소득을 국민연금 한 층에만 맡기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평가손 뉴스에 연금 계좌를 들여다보는 건 나쁘지 않다. 다만 흔들려야 할 지점은 국민연금을 당장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2층과 3층이 비어 있지는 않은지다. 국민연금이 설계대로 작동하더라도 소득대체율 43%는 은퇴 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친다. 나머지는 결국 각자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