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가 비강남권 주도로 86주 연속 오르는 가운데,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이라 주택담보대출은 LTV 40%·최대 6억으로 묶여 있다. 기존 매수는 자기자본 부담이 크고, 청약은 중도금대출로 자금을 분산하는 대신 당첨까지 시간과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 모은 돈이 집값의 절반 이상인지, 지금 당장 거주가 급한지를 숫자로 따져보면 어느 쪽이 맞는지 가려진다.
서울 아파트값은 2026년 9월 말 기준 86주 연속 올랐다. 역대 최장 상승이다. 그런데 오르는 지역이 예전과 다르다. 9월 넷째 주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강북 14개 구는 0.24% 뛴 반면, 강남·서초·송파 강남3구는 나란히 내렸다. 강남구만 한 주 0.56% 하락했다.
비강남권이 상승을 끌고 있다는 뜻이다. 서대문·동대문·성북 같은 중소형 대단지와 역세권에 매수세가 몰린다. 무주택자 입장에서 체감은 분명하다. 손이 닿을 만하던 가격대가 매주 조금씩 멀어진다.
가격 자체도 부담스럽다. KB부동산 기준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6억739만 원으로 처음 16억 원대에 들어섰다. 강북 14개 구 중위 가격만 봐도 10억 원을 넘겼다. 평균이 아니라 중간값이 10억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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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집값만이 아니다. 2025년 10·15 대책으로 서울 25개 구 전역이 규제지역이 됐고, 대출 공식이 바뀌었다.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의 LTV는 40%다. 여기에 집값 구간별 상한이 또 걸린다. 시가 15억 원 이하는 최대 6억, 15억 초과 25억 이하는 4억, 25억 초과는 2억이다. LTV로 계산한 금액, 구간 상한, DSR 심사 결과 중 가장 낮은 숫자가 실제 한도다.
숫자를 대입해 보면 왜 이게 중요한지 보인다. 강북 중위값인 10억 원 아파트를 산다고 하자. LTV 40%면 대출은 4억이다. 취득세와 비용을 빼고도 자기 돈 6억 이상이 있어야 계약이 성립한다. 평균값 16억짜리라면 상한 6억을 다 받아도 10억을 직접 대야 한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은행권 40%로 묶여 소득이 받쳐주지 못하면 한도는 더 깎인다. 규제지역에서 주담대로 집을 사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하는 의무도 붙는다. 월급쟁이에게 남은 변수는 결국 하나다. 모은 돈이 얼마냐.
기존 아파트를 사는 길의 장점은 분명하다. 계약과 동시에 그 집에 실제로 살 수 있고,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올라타는 셈이다. 지금처럼 상승이 길어지는 국면에서 대기 없이 자산을 확보한다는 심리적 무게는 작지 않다.
대신 진입 비용이 한 번에 몰린다. 앞의 계산대로 자기자본이 집값의 절반을 넘겨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저축만으로 이 벽을 넘기 어렵다면 정책대출을 먼저 확인할 만하다. 디딤돌대출은 일반 무주택자 최대 2억, 생애최초 2.4억, 신혼·2자녀 이상 가구는 3.2억까지 가능하고, 보금자리론은 2026년 금리 조정 뒤에도 조건에 따라 연 2.90~3.20%대가 적용된다. 다만 소득·자산 요건과 대상 주택 가격 상한이 있어 고가 아파트에는 쓰기 어렵다.
청약의 핵심 이점은 자금 구조에 있다.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대출은 10·15 대책의 6억 한도 규제와 DSR 규제에서 빠져 있다. 계약금을 낸 뒤 분양가의 상당 부분을 입주 때까지 분할해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10억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2~3년 공사 기간 동안 돈을 모아갈 시간을 번다.
문제는 그 시간과 불확실성이다. 서울 선호 단지 청약은 경쟁이 치열해 당첨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납입 횟수, 부양가족 수로 매겨지는 가점이 당락을 가르고,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소득과 자산 요건을 따로 본다. 당첨을 기다리는 동안 전세나 월세로 거주 비용은 계속 나간다. 자금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대신, 언제 내 집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을 안는 선택이다.
둘 사이를 가르는 기준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모은 자금이 사려는 집값에서 차지하는 비중, 다른 하나는 지금 당장 들어가 살아야 하느냐다.
정답이 하나는 아니다. 다만 지금 서울 시장은 "얼마를 빌릴 수 있나"보다 "얼마를 모았나"가 선택을 먼저 가르는 국면이다. 본인의 자기자본 비율과 거주 시점을 숫자로 적어보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