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은 11월 7일 기준 8만528건으로 석 달 새 33.3% 늘었지만 거래량은 42.4% 줄고 가격은 여전히 상승 흐름이다. 매물 적체는 급매를 고를 협상 여지일 뿐 시세가 할인된 것은 아니어서, 6억 대출 상한과 DSR이 정하는 내 한도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자기자본과 대출 한도를 합친 예산, 월 상환액의 소득 대비 부담, 실거주 기간 세 가지로 매수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집계로 11월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528건으로, 정부가 세제 개편 방침을 밝힌 8월 3일의 6만409건보다 석 달 만에 33.3% 늘었다. 매도 물량은 쏟아지는데 거래는 반대로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91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4% 줄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집값이 꺾일 것 같지만, 가격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강남3구를 뺀 나머지 22개 자치구와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 흐름이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72% 올라 직전 1년 상승률(6.48%)을 넘어섰다.
매물이 늘어난 건 집값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세금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가 처분에 나섰기 때문이다. 매수자 입장에서 이 상황이 의미하는 건 분명하다. 선택지가 많아져 급매를 고를 협상 여지는 생겼지만, 시세 자체가 할인된 '세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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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시기를 고민하는 월급쟁이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마음에 드는 단지의 호가가 아니라 내게 나오는 대출 한도다.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에는 최대 6억원 상한이 걸렸다. 15억짜리 아파트든 20억짜리든, 이 지역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의 천장은 6억원이다. 생애최초 구입자의 LTV도 80%에서 70%로 낮아졌다.
여기에 2025년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돼 수도권 대출에는 1.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얹혀 한도 계산에 반영된다. 실제로 연소득 1억원인 변동금리 차주의 한도가 6억5,800만원에서 5억5,600만원으로 줄어든 사례가 보도됐다. 자기자본과 6억 상한을 더한 금액이 사실상 내가 살 수 있는 집값의 상한선이 된다.
한도만큼 빌린다고 끝이 아니다. 매달 갚을 돈을 소득이 버텨야 한다. 예를 들어 6억원을 연 4.5% 금리에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리면 월 상환액은 약 304만원, 1년이면 3,648만원이다.
DSR 규제는 연간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막는다. 다른 대출이 전혀 없다고 가정하면 이 상환액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연소득은 약 9,100만원이다. 반대로 내 소득이 이에 못 미치면 6억을 다 빌리지 못하고, 그만큼 자기자본을 더 넣거나 집값을 낮춰야 한다. 숫자를 넣어보면 '얼마짜리 집을 봐야 하는지'가 호가를 보기 전에 먼저 정해진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이렇게 나뉜다. 자기자본과 대출 한도를 합친 예산 안에 목표 단지가 들어오고, 월 상환액이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선이며, 실거주 기간이 길어 단기 등락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늘어난 매물 속에서 급매를 고르는 지금이 나쁘지 않다.
반대로 예산이 호가에 한참 못 미쳐 무리한 대출이 필요하거나, 2~3년 내 되팔 가능성이 있다면 서두를 이유가 적다. 가격이 아직 상승세인 데다, 대출이 막힌 수요가 경기권으로 옮겨가는 흐름도 뚜렷하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 아파트 매입은 10·15 대책 이후 1년 새 56.9% 늘었다. 서울 특정 단지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경기권 실거주 매물로 시야를 넓히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매물이 쌓였다는 뉴스는 매수 신호가 아니라 '내 예산부터 계산하라'는 신호에 가깝다. 호가 비교는 그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