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 35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당초 11월에서 10월로 조기 종료될 전망이다. 시가총액 1·2위의 대규모 매수세가 사라지면 코스피를 받쳐 온 '방파제'가 약해져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는 예고된 이벤트인 만큼, 퇴직연금 등 장기 적립식 투자자는 반도체·대형주 편중도를 점검하고 적립을 유지하는 쪽이 대체로 유효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하순부터 진행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당초 계획보다 이르게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 회사가 사들이기로 한 물량은 삼성전자 약 5,328만주, SK하이닉스 약 2,407만주다.
파이낸셜뉴스·한국경제TV 보도를 종합하면 9월 하순까지 누적 매입액은 약 34조7,000억원에 이른다. 매입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삼성전자는 당초 11월 21일이던 종료 시점이 10월 초로, SK하이닉스는 11월 19일에서 10월 중순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두 회사 모두 약 5~7주씩 일정이 단축되는 셈이다.

Vitaly Gariev
시장이 신경 쓰는 건 매입 종료 그 자체보다 종료 이후 코스피를 받쳐 줄 매수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개인·기관을 합친 순매도액은 약 29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해 준 것이 시가총액 1·2위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 매수세를 지수의 '방파제'에 비유했다. 방파제가 걷히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순매도 압력이 지수에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수급만 문제가 아니다. 매크로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경제TV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 근처, 원·달러 환율은 1,385원을 넘어선 상태다. 유가·금리·환율이 모두 부담스러운 국면에서 지수를 떠받치던 자사주 매수까지 빠지면, 단기적으로는 위아래 흔들림이 커지기 쉽다.
다만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월부터 3분기 실적 시즌이 열린다.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가 10월 초로 예정돼 있고, 두 회사 모두 추가 주주환원을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 실적이 견조하게 나오면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올 여지도 있다. 수급 공백과 실적 기대가 맞물리는 국면이라, 방향을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여기서부터는 판단의 영역이다. 우선 짚어둘 사실은, 자사주 매입 종료가 갑작스러운 악재가 아니라 이미 공시로 예고돼 있던 일정이라는 점이다.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이벤트라는 뜻이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나 반도체·코스피200 상품을 담고 있다면, 단기 수급 뉴스에 적립을 멈추기보다 아래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정리하면, 매입 종료 전후로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장기 계획을 바꿀 근거는 되기 어렵다. 통제할 수 없는 유가·금리·환율보다, 통제할 수 있는 자산배분과 적립 원칙을 먼저 점검하는 게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