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라면 원료인 밀가루 담합에 역대 최대 6,71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과거 라면값 담합 제재가 대법원에서 뒤집혔듯 처벌이 곧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공식품 값은 한번 오르면 잘 내려오지 않아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 가계 식비가 줄지 않는다. 같은 제조사가 만드는 PB로 바꾸고 줄일 항목의 순서를 정하면 처벌을 기다리는 것보다 빠르게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라면과 빵의 핵심 원료인 밀가루를 두고 제분사 7곳이 담합했다며 6,71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이다. 대통령이 "라면값 2000원"을 언급하며 가격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마트 라면값은 눈에 띄게 내려오지 않았다.
이유는 처벌과 소비자 가격이 별개이기 때문이다. 2012년 공정위는 농심·삼양·오뚜기·한국야쿠르트의 라면값 담합을 적발해 1,354억원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2015~2016년 "정보를 주고받은 것만으로 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조사와 소송은 수년이 걸렸고, 그 사이 가격은 그대로였다. 담합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 이번 달 장바구니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乾 黄
가공식품 값은 한번 오르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원가 부담이 먼저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 기간 밀가루값은 담합 전보다 최대 74%까지 올랐다. 원료가 오르면 제품값도 따라 오르지만, 원료가 내려도 제품값은 잘 안 내린다.
브랜드 충성도도 한몫한다. 늘 먹던 라면이 익숙해 값이 올라도 같은 제품을 집는 소비가 반복된다. 실제로 라면 물가는 지난해 6월 한 해 전보다 6.9%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의 몇 배였다. 증권가는 밀값과 물류비 부담으로 가공식품 물가가 내년 상반기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여기서 가장 빠른 절약 수단이 대체 구매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자체브랜드(PB) 라면은 같은 용량의 브랜드 제품보다 대체로 10~20% 싸다. 광고·마케팅 비용을 뺀 만큼 가격을 낮춘 것이다.
중요한 건 품질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롯데마트의 PB 라면처럼 브랜드 제품과 같은 제조사(삼양·팔도 등)가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같다면 맛과 품질의 차이는 작고 가격만 내려간다. 봉지당 수백 원대 PB 라면도 있다.
한 봉지 200~300원 차이가 작아 보여도, 매주 사는 품목이라면 1년이면 수만 원이 된다. 라면뿐 아니라 즉석밥, 생수, 우유, 세제처럼 "브랜드를 바꿔도 티가 안 나는" 생필품일수록 대체 효과가 크다. 반대로 취향을 많이 타는 품목은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줄이는 데도 순서가 있다. 효과가 크고 불편이 적은 쪽부터 손대는 게 요령이다.
판단을 보태면, 담합 처벌로 값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지갑을 맡기는 일이다. 과거 사례처럼 결론이 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보다 같은 품질의 싼 대체재로 바꾸고 줄일 순서를 정하는 편이, 당장 이번 달 식비에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