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기업 4개 은행이 허위 분양계약과 위조서류를 이용한 대출사기로 약 49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액이 계속 불어난 만큼 은행 심사만 믿기 어렵다는 뜻이며, 대출을 앞둔 개인도 표적이 될 수 있다. 대출 실행 전 서류에서 확인할 위험 신호와 의심 정황을 발견했을 때의 대응 순서를 미리 알아두는 게 안전하다.
8월 12일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이 잇따라 외부인에 의한 대출사기를 공시했다. 4곳을 합치면 사고 금액이 약 490억원이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182억2000만원으로 가장 컸고 신한은행 173억4355만원, 우리은행 98억7000만원, 국민은행 35억7790만원 순이다.
수법의 뼈대는 국민은행 공시에 드러난다.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가 공모해 실제로는 팔리지 않은 분양 계약을 있는 것처럼 꾸미고, 위조 서류로 은행 대출 심사를 통과시킨 방식이다.
더 눈여겨볼 지점은 금액이 시간이 갈수록 불어났다는 사실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29억원으로 처음 공시했다가 올해 6월 69억원, 이번에 173억원으로 고쳤다. 기업은행도 6월 47억원에서 182억원으로 커졌다. 은행이 처음부터 규모를 파악한 게 아니라,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뒤늦게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추가 피해가 더 확인될 여지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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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의 직접 피해자는 은행이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평범한 대출 예정자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사기에는 대출 서류에 이름을 올려줄 '명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작업대출이 대표적이다. 브로커가 페이퍼컴퍼니에 신청자를 직원으로 등록하고 몇 달간 급여 이체와 4대 보험 납부 기록까지 만들어 정상 대출처럼 위장한다. 문제는 여기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도 공범으로 처벌된다는 점이다. 브로커는 대포폰과 차명계좌 뒤에 숨어 잠적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서류에 이름이 남은 명의자만 피의자로 남는다.
처벌도 가볍지 않다.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소득·재직 서류를 위조하면 사문서위조로 5년 이하 징역, 통장이나 카드를 넘겼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담보대출이든 전세자금대출이든 실행 전에 아래 신호가 하나라도 보이면 멈추고 따져봐야 한다.
공통점은 하나다. 내 실제 상황과 서류가 어긋나는 순간,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쪽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아래 순서를 따르는 편이 안전하다.
첫째, 서명과 이체를 즉시 멈추고 받은 서류·문자·통화 기록을 사본으로 남긴다. 둘째, 대출을 진행하는 은행 영업점이나 여신 담당에 계약 내용이 정상인지 직접 확인한다. 브로커가 아니라 은행에 물어야 한다. 셋째, 금융감독원 상담·신고 전화 1332나 경찰 112에 신고한다.
이미 명의나 서류를 넘긴 뒤라면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몰랐다'는 해명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지므로, 늦기 전에 수사기관에 사실관계를 밝히고 법률 상담을 받는 편이 낫다. 대출은 다시 받으면 되지만, 명의는 한 번 얽히면 되돌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