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5월 제분사 7곳의 밀가루 담합에 역대 최대인 67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담합 기간 밀가루 가격이 최대 74% 올랐다고 밝혔다. 밀가루는 빵·라면·과자·외식의 원가를 거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므로, 담합의 부담은 장바구니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가격이 더디게 내려오는 가공식품과 외식부터 소비 방식을 점검하면 절감 효과가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5월 제분사 7곳의 밀가루 담합에 총 6710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조사 결과 담합 기간 동안 밀가루 공급가격이 최대 74%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 부담이 밀가루 포대 하나의 가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가루는 기업 간 거래로 팔리는 원재료다. 제빵·라면·과자 회사와 식당의 원가를 거쳐, 결국 소비자가 사 먹는 빵 한 봉지와 외식 한 끼에 스며든다. 담합의 청구서는 눈에 안 띄게 장바구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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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이들 제분사에 471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공정위는 보조금을 받은 뒤에도 담합이 이어졌다고 봤다. 세금으로 가격을 눌러주는 동안에도 담합은 멈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 신경 쓰이는 건 가격의 끈끈함이다. 2008년 곡물 파동 때도 밀가루값을 이유로 라면·과자·식빵이 일제히 올랐지만, 이후 밀가루 가격이 내려도 과자값은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린 구조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
이번에도 조사가 시작되자 밀가루 출고가가 최대 8.2% 내렸고 가공식품 가격도 일부 따라 내렸다. 바꿔 말하면, 담합이 없었다면 그만큼은 애초에 덜 냈을 돈이다.
식비를 줄이려면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품목부터 눈에 보이게 꺼내야 한다. 한 달 지출에서 다음 항목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 품목들은 밀가루 원가 변동이 가장 직접적으로 얹히는 쪽이다. 특히 외식과 베이커리는 인건비·임대료까지 더해져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지출 점검표에서 이 칸이 크다면, 담합의 부담을 가장 많이 떠안고 있는 지점이다.
무턱대고 아끼기보다, 같은 돈으로 줄일 수 있는 폭이 큰 순서대로 손대는 편이 효율적이다.
첫째는 외식 빈도다. 밀가루 기반 외식 한 끼의 가격에는 원재료 외의 비용이 가장 많이 얹혀 있어, 횟수를 줄일 때 절감 효과가 가장 크다. 주 3회 베이커리 카페를 2회로만 줄여도 체감이 다르다.
둘째는 구매 방식이다. 같은 라면·밀가루라도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이나 대용량 묶음은 단위당 가격이 눈에 띄게 낮다. 자주 먹는 품목일수록 PB 전환과 대용량 구매의 누적 효과가 크다. 유통기한이 긴 건면·밀가루는 할인 시점에 모아 사두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는 대체와 직접 조리다. 밀가루 가공식품을 쌀·감자 기반 식단으로 일부 바꾸면 가격 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다. 빵·국수를 집에서 만들 여력이 있다면, 완제품에 붙은 가공·유통 비용을 그만큼 덜어낼 수 있다.
담합은 소비자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담이 어디로 흘러드는지 알면, 장바구니에서 줄일 지점은 분명해진다. 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품목부터, 자주 사는 것일수록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