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코스피가 하루 10.84% 급락하고 10월에도 6,000선을 두고 출렁이면서 매달 적립식으로 사 모으던 투자자들이 납입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적립식은 급락일에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수량을 담아 평균단가를 낮추는 구조라, 함부로 멈추면 가장 싸게 사들이는 구간을 스스로 비우게 된다. 비상금 없이 생활비까지 넣고 있는지, 코스피 지수에 이미 반도체 두 종목이 절반 가까이 쏠려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금액과 대상을 조정해야 한다.
급락일에 적립식을 멈추는 선택은, 생각보다 손해일 때가 많다. 적립식의 이득이 가장 크게 쌓이는 구간이 바로 급락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28일 코스피는 하루에 10.84% 빠지며 6,023으로 내려앉았다. 장중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멈췄고, 삼성전자는 13%, SK하이닉스는 14% 넘게 하락했다. 외국인 혼자 하루 약 5조 원을 팔아치웠다. 10월에도 코스피는 6,000선을 두고 오르내렸다.
이런 날이면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사 모으던 사람의 손이 멈칫한다. 지금 넣으면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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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은 매달 같은 금액을 넣는 방식이다. 핵심은 '같은 금액'이라는 점에 있다.
가격이 높을 때는 적은 수량이, 낮을 때는 많은 수량이 자동으로 담긴다. 주당 10만 원이던 종목이 6만 원으로 떨어지면 같은 30만 원으로 3주가 아니라 5주를 산다. 급락일은 평소보다 많은 수량을 싸게 담는 날이고, 그만큼 평균 매입단가가 내려간다.
그래서 급락 중에 납입을 멈추면, 가장 싸게 사들이는 구간을 스스로 비우는 셈이 된다.
멈추는 쪽의 근거는 대개 "더 떨어질 것 같아서"다. 문제는 바닥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7월 급락 당시 한 증권사 연구원도 단기간에 포지션을 자주 바꾸기보다 점진적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적립식은 애초에 바닥을 맞히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된 방식인데, 급락일에 멈추면 그 장점을 스스로 버리는 결과가 된다.
유지하는 쪽의 이득은 평균단가가 낮아진다는 것이고, 리스크는 내가 넣는 돈의 성격에 달려 있다.
멈춤이 오히려 맞는 경우는 하나다. 비상금 없이 생활비나 당장 쓸 돈까지 끌어다 넣고 있을 때다. 이런 상태에서는 급락이 길어지면 가장 싼 바닥에서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적립식의 전제는 '몇 년은 없어도 되는 돈'이다. 이 전제가 깨졌다면 멈추는 게 아니라 금액을 줄이는 게 먼저다.
실제로 7월 급락 뒤 코스피는 곧장 회복되지 않았다. 10월까지도 6,000선을 사이에 두고 오르내렸다. 멈췄던 사람은 이 몇 달의 낮은 구간을 통째로 흘려보낸 셈이고, 넣던 사람은 그 구간에서 수량을 채웠다. 다만 이건 결과론이다. 당시엔 7월이 바닥인지 더 내려갈지 누구도 몰랐고, 바로 그래서 적립식이 타이밍 판단을 대신 떠안게 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나 대표 ETF를 적립식으로 사 왔다면, 자기도 모르게 반도체 두 종목에 크게 베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합산 비중은 올해 1월 초 35.95%였는데, 이후 꾸준히 커져 연중에는 코스피 전체의 절반 안팎까지 올라섰다. 코스피 지수를 담는 ETF 한 종목만 적립해도, 넣는 돈의 절반 가까이가 이 두 회사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개별 종목으로 또 사고 있다면 반도체에 이중으로 노출된다. 7월에 지수가 하루 10% 넘게 빠진 것도 이 두 종목이 두 자릿수로 동반 급락했기 때문이다. 급락의 충격을 유독 크게 느꼈다면, 분산이 아니라 쏠림을 사고 있었을 수 있다.
결정은 '적립을 끄느냐 켜느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금액과 대상을 다시 나누는 문제에 가깝다.
급락일의 공포는 금액을 줄일 이유는 돼도, 가장 싼 구간에서 적립을 통째로 끊을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멈추기 전에 비상금과 반도체 쏠림부터 확인하는 편이 순서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