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간접적으로 일본 키옥시아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핵심은 전환사채가 아직 주식으로 바뀌지 않아 의결권이 없다는 점입니다. 2028년까지의 지분 유지 약정과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어 당장의 주가 재료로 보기엔 이릅니다. 회사도 "정해진 게 없다"며 신중한 만큼, 헤드라인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의 최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옛 모회사 도시바가 지분을 14.48%에서 약 14.12%로 줄이면서, 베인캐피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판게아 케이만2'가 14.19%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이 SPC에 2018년 전환사채(CB) 형태로 돈을 넣은 곳이 바로 SK하이닉스입니다. 그래서 언론은 "SK하이닉스가 간접적으로 키옥시아 최대주주가 됐다"고 전한 겁니다.

Patrick
여기서 월급쟁이 투자자가 꼭 짚어야 할 단어가 '간접'입니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주식을 직접 들고 있는 게 아닙니다. 키옥시아 주식은 베인캐피털의 SPC가 갖고 있고, SK하이닉스는 그 SPC의 의결권 대부분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지금 이 전환사채가 아직 주식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SK하이닉스는 현재 키옥시아에 대한 의결권이 사실상 없습니다. '최대주주 등극'이라는 제목만 보면 당장 경영권을 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언젠가 주식으로 바꾸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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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를 실제 주식으로 바꾸는 길에는 걸림돌이 세 겹으로 놓여 있습니다.
첫째, 약정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투자 당시 2028년까지 키옥시아 의결권 지분을 15% 이하로 유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키옥시아가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전까지는 지분을 함부로 늘릴 수 없습니다.
둘째, 경쟁당국 심사입니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의결권을 확보하려면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낸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는 엄연한 경쟁사입니다. 경쟁사끼리의 결합은 심사 문턱이 높고, 특히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에 민감한 일본 정부의 견제가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셋째, 회사 스스로도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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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이번 소식에 대해 "전환사채 전환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투자분을 더 회수할지, 전략적 지렛대로 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정작 당사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주가는 뉴스 제목에 먼저 반응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연차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지분 구조를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소로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호재로만 읽을 사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요.
첫째, '최대주주 등극'을 곧바로 실적이나 배당 같은 손에 잡히는 이익으로 연결짓지 마세요. 지금은 권리이지 현금흐름이 아닙니다. 8년 전 4조원 가까이 투자한 지분 가치가 수십조원대로 불어난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그 평가이익이 SK하이닉스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와 방식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둘째, 진짜 재료는 '전환 여부'와 '경쟁당국 심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입니다. 지금 나온 것은 지분 순위 변동일 뿐, 지배구조를 실제로 바꾸는 이벤트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관련 뉴스가 나올 때 이 두 가지가 진전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본질은 여전히 메모리 업황입니다.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가 벌이는 경쟁과 수요 흐름이 SK하이닉스 실적의 뼈대이고, 키옥시아 지분은 그 위에 얹힌 부가 카드에 가깝습니다. 헤드라인 하나에 성급하게 움직이기보다, 이 카드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월급쟁이 투자자에게 맞는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