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덕에 국내 주유소 가격은 1,800원대 중반에서 횡보 중이다. 유가 부담은 자동차 연료에 가장 먼저·크게 오고 난방과 식료품에는 시차를 두고 번지므로, 번지는 순서를 알면 대비가 쉽다. 고정비는 연료에 직접 노출된 항목부터 점검하고, 최고가격제를 손보는 신호가 나오는지 함께 봐야 한다.
10월 중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로이터 집계로 16일 서부텍사스유(WTI)는 101달러, 브렌트유는 110달러 안팎에서 마감했다. 중동 공급 차질 우려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겹친 결과다. 이후에도 WTI는 99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집 근처 주유소 가격은 생각만큼 뛰지 않았다. 10월 23일 오피넷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는 리터당 1,856원, 경유는 1,842원으로, 한 달 전과 거의 같은 1,800원대 중반에서 횡보 중이다. 올해 3월 중동 사태에 대응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씌워 둔 덕분이다. 지금의 안정은 시장이 아니라 제도가 만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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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부담은 모든 지출에 동시에 오지 않는다. 가계부 항목별로 번지는 속도와 크기가 다르다.
| 항목 | 유가 반영 속도 | 지금 체감 |
|---|---|---|
| 자동차 연료 | 즉각(1~2주) | 큼 |
| 난방·가스요금 | 시차(수개월) | 아직 작음 |
| 식료품 | 시차(수개월) | 품목별 혼조 |
가장 먼저, 가장 세게 오는 항목은 자동차 연료다. 올해 4월 소비자물가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석유류 가격이 21.9%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2.6% 끌어올렸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기름값이 오르면 다른 어떤 항목보다 교통비가 먼저 반응한다는 뜻이다.
반면 난방·가스요금은 유가에 연동되지만 반영이 더디다. 4월 통계에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1년 전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공공요금은 정부 규제와 요금 조정 시차 때문에 국제유가가 뛰어도 몇 달 뒤에야, 그것도 완만하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식료품은 더 복잡하다. 유가는 트럭·선박 운송비와 비료·사료·포장재 원가를 거쳐 가격에 전가된다. 다만 같은 4월에도 가공식품은 1.0% 오른 반면 농축수산물은 0.5% 내려, 품목마다 방향이 달랐다. 유가가 오른다고 장바구니 전체가 곧바로 비싸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번지는 순서를 알면 손댈 순서도 분명해진다. 연료에 직접 노출된 항목부터 줄이는 것이 효과가 빠르다.
유가가 100달러라고 해서 당장 가계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최고가격제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연구원은 이 제도의 출구전략, 즉 상한을 언제 어떻게 풀지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한이 해제되면 그동안 눌려 있던 가격이 주유소 가격표에 반영될 수 있다.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신호는 국제유가 자체보다 '최고가격제를 언제 손보느냐'다. 연료비 지출이 큰 가정일수록, 이 제도 변화 소식을 가계부를 미리 조정하는 알람으로 삼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