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외환보유액이 4,405.6억 달러로 전월보다 17억2천만 달러 줄며 넉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다만 이번 감소는 환율 방어용 개입보다 외화예수금 감소와 자산 위탁 같은 기술적 요인이 커서, 보유액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환율 위기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자산을 가진 직장인이라면 감소의 원인·속도·규모를 함께 보고, 환전은 타이밍 예측 대신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한국은행이 10월 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9월 말 외환보유액은 4,405억6천만 달러다. 8월 말 4,422억8천만 달러보다 17억2천만 달러 줄었다. 6월부터 이어지던 증가세가 넉 달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자산별로는 유가증권이 3,860억3천만 달러로 10억5천만 달러 줄며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예치금은 3억5천만 달러, SDR(특별인출권)은 2억9천만 달러 줄었다. 숫자만 보면 '한 달 새 17억 달러가 빠졌다'는 헤드라인이 불안하게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감소의 성격을 봐야 알 수 있다.
Photo by Jason Leung on Unsplash
한은은 이번 감소의 원인으로 운용수익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줄었고, 한미전략투자공사에 대한 자산 위탁이 있었으며, 기타통화로 보유한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점을 들었다. 달러 강세로 유로·엔 같은 다른 통화 자산을 달러로 환산하면 금액이 쪼그라든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월 말 101.37로 한 달 새 1.7% 올랐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경로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려고 달러를 내다 파는 '개입성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환산액 변화나 자산 재배치 같은 '기술적 감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시장안정 조치가 보유액을 크게 끌어내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환율 압력이 그만큼 셌다는 뜻이었다. 반면 이번 9월 감소는 개입보다 환산·위탁 요인이 앞선다. 같은 '감소'라도 성격이 다르다.
보유액이 줄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숫자 하나에 놀라기보다 아래를 같이 보면 판단이 쉬워진다.
| 기준 | 위기 쪽에 가깝다 | 과한 우려일 수 있다 |
|---|---|---|
| 감소 원인 | 환율 방어용 개입 | 환산액·자산 위탁 |
| 감소 규모 | 수백억 달러 급감 | 수십억 달러 변동 |
| 지속성 | 여러 달 연속 급감 | 일시적 등락 |
여기에 절대 수준을 더해야 한다.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10위권으로, 중국·일본·스위스 등에 이어 여전히 상위에 있다. 4,400억 달러대는 위기를 걱정할 수준의 바닥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17억 달러 감소는 규모도 작고 원인도 기술적이어서, 네 기준 모두 '과한 우려' 쪽에 가깝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시경제 전문가 상당수는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400원 안팎으로 보지만, 10월 들어 1,350원대에서 거래됐다는 보도도 있다. 전망이 이렇게 엇갈린다는 것 자체가, 특정 시점을 노린 '한 방 환전'이 얼마나 도박에 가까운지를 보여준다.
해외주식이나 달러 예금을 가진 직장인에게 현실적인 전제는 이것이다. 나는 환율 바닥을 맞힐 수 없다. 그렇다면 맞히려 애쓰는 대신, 평균 단가를 관리하는 쪽이 낫다.
분할 환전은 목표 금액을 정해두고 한 번에 바꾸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눠 사는 방식이다. 환율이 높을 때는 적게, 낮을 때는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사게 돼 평균 매입 단가가 자연스럽게 다듬어진다.
정리하면, 이번 외환보유액 감소는 그 자체로 환전을 서두를 이유가 되기 어렵다. 숫자에 반응해 몰아서 바꾸기보다, 쓸 시점과 금액을 기준으로 나눠 사는 습관이 환율을 못 맞히는 보통 사람에게는 더 안전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