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가 AI·반도체 주식에 거액의 풋옵션을 걸며 거품 붕괴를 경고했고, 10월 초 반도체주는 오픈AI의 매출 전망 하향에 사흘째 하락했다. 전문가의 경고는 거품의 존재를 가리킬 수는 있어도 하락이 언제 올지는 맞히지 못하며, 월가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매달 적립하는 투자자라면 경고 한마디에 적립을 멈추기보다 투자 기간과 비상금, 섹터 쏠림 같은 자산배분 원칙부터 점검하는 편이 낫다.

10월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는 사흘째 밀렸다. 방아쇠는 오픈AI가 연간 매출 전망을 이전에 시사했던 수준보다 200억 달러 낮춘 것이었다. AI 인프라에 돈을 대던 기대가 흔들리자 엔비디아가 약 3%, 마이크론이 약 5% 떨어졌고 브로드컴과 인텔도 함께 빠졌다. 여기에 중동 불안으로 유가까지 뛰며 투자심리를 눌렀다.
하필 이 시점에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가 다시 거론된다. 2008년 금융위기를 미리 베팅해 유명해진 그가 AI·반도체 거품을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매달 지수를 적립하는 직장인 입장에선 질문이 하나로 모인다. 지금 적립을 멈춰야 하나.

Hanna Pad
먼저 경고의 내용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버리의 펀드 사이언자산운용은 2025년 3분기 공시에서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10억 달러가 넘는 풋옵션을 걸었다고 밝혔다.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계약이다.
그의 핵심 논리는 감가상각이다.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같은 대형 기술기업이 설비의 사용 연수를 늘려 잡아 비용을 적게 반영하고, 그만큼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2026~2028년 사이 과소계상 규모가 최대 1,76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추정치는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는 설비투자 급증 속도를 1999~2000년 닷컴버블과 비교하며, 엑스(X)에 "유일한 승리 수단은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적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거품이 '존재'한다는 진단과, 그것이 '언제' 꺼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버리의 경고는 자신이 돈을 거는 방향이기도 하고, 월가에서는 AI 투자가 더 이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근거가 탄탄해 보여도 그것이 곧 '지금 팔라'는 신호는 아니라는 뜻이다.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애초에 고점과 저점을 맞히지 않는 데 있다. 매달 같은 금액을 넣어 매수 시점을 분산하고 평균 단가를 고르게 만드는 전략이다. 경고 한마디에 적립을 멈추면 바로 그 장점을 스스로 버리는 셈이 된다.
그래서 멈출지 말지를 경고가 아니라 내 상황으로 판단하는 편이 낫다. 기준은 네 가지다. 투자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면 단기 하락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생활비 몇 달치 비상금이 투자와 따로 있는지, 포트폴리오가 AI·반도체 한쪽으로 쏠려 있지는 않은지, 매달 넣는 금액이 생활에 무리를 주지는 않는지를 본다. 현금 비중을 바꾼다면 그 이유는 버리의 발언이 아니라 내 자산배분 원칙과 목표 시점이어야 한다.
경고가 맞든 틀리든 흔들리지 않으려면 결국 자기 포트폴리오의 방어선을 미리 정해두는 수밖에 없다. 다음을 점검해 보자.
이 다섯 가지가 갖춰져 있다면, 버리의 경고는 적립을 멈출 이유가 아니라 쏠림을 점검할 계기에 가깝다. 반대로 하나라도 비어 있다면, 지금 손봐야 할 것은 적립 여부가 아니라 그 빈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