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코스피가 7.57%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걸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나란히 10% 안팎 빠지면서, 두 종목이 담긴 ISA·연금저축 계좌의 평가손도 커졌다. 세제혜택 계좌의 평가손은 과세이연과 손익통산, 중도해지 페널티 때문에 일반 계좌와 다르게 작동해 급락에 놀라 파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평가손이 확정손이 아니라는 점, 한 종목·한 섹터 쏠림 비중, 해지 시 토해낼 세금을 따진 뒤 판단해야 한다.

10월 15일 코스피는 7.57% 떨어진 5,554.22로 마감했다.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오후엔 20분간 거래가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다. 삼성전자는 9.48% 내린 21만 원, SK하이닉스는 11.06% 빠진 1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7.65% 하락했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3조6,000억 원 넘게 팔아치웠다.
AI 투자가 계속될지에 대한 우려, 메모리 경쟁 심화, 고금리 부담이 겹친 결과였다. 최근 6거래일 사이 코스피가 약 20% 빠졌으니, 두 종목이 담긴 ISA나 연금저축 계좌를 열어 본 직장인이라면 평가손이 꽤 불었을 것이다. 여기서 먼저 짚을 점. 세제혜택 계좌의 평가손은 일반 계좌와 똑같이 보면 안 된다.

Jakub Zerdzicki
평가손 자체는 어느 계좌든 같다. 팔기 전까지는 확정되지 않은 손실이다. 차이는 '혜택 구조'에서 나온다.
ISA는 계좌 안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순이익에만 과세한다. 급락으로 생긴 손실이 같은 계좌의 배당이나 다른 이익과 상계되어 세금을 줄여 주는 구조다. 일반형 기준 200만 원까지 비과세이고 초과분도 9.9%로 분리과세돼, 일반 계좌의 금융소득 세율 15.4%보다 낮다.
연금저축은 또 다르다. 세액공제는 납입액을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계좌가 평가손 상태여도 이미 받은 공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문제는 해지할 때다. 급락에 놀라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공제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에 16.5%의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평가손에 세금까지 얹히는 이중 손실이다. 두 계좌 모두 안에서 사고파는 동안엔 매년 과세하지 않는 과세이연 혜택이 있어, 사실 이 혜택은 팔지 않고 묻어 둘 때 가장 커진다.
참고로 삼성전자 같은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은 일반 계좌에서도 소액주주는 비과세다. 그러니 "세금 때문에 못 판다"는 얘기가 아니다. 세제혜택 계좌에서 급락일에 파는 진짜 비용은 과세이연과 해지 페널티를 스스로 깨 버린다는 데 있다.
이번 급락은 쏠림을 점검할 좋은 계기다. 두 종목은 모두 반도체이자 AI 수혜주라 움직임이 거의 붙어 다닌다. 15일에 나란히 10% 안팎 빠진 것이 그 증거다. 둘로 나눠 담았다고 분산이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점검 기준은 간단하다. 한 종목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같은 섹터가 합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로 계산해 본다. 절대적인 정답은 없지만, 단일 종목이 계좌의 20~30%를 넘거나 한 섹터가 절반 이상이면 쏠림을 의심할 만하다. ISA와 연금저축은 애초에 길게 묻어 두는 돈인 만큼, 특정 테마에 운명을 거는 구성이 목적에 맞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급락한 날일수록 손이 먼저 움직이기 쉽다. 아래를 짚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정리하면, 세제혜택 계좌의 평가손은 '당장 팔아야 할 신호'가 아니라 '구성을 점검할 신호'에 가깝다. 혜택을 깨면서까지 팔 이유가 분명한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