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경기 여주 등에서 고병원성 AI 의심·확산으로 산란계 살처분이 시작되면서, 지난겨울 한 판 7천 원을 넘겼던 계란값이 다시 오를 압력을 받고 있다. 살처분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은 몇 달에 걸쳐 오르고 회복도 느려 계란을 자주 사는 가정의 식비에 꾸준히 부담을 준다. KAMIS 같은 가격 지표를 직접 확인하고 식비에 여유분을 두며 대체 단백질을 비교해두면 변동을 완충할 수 있다.

11월 들어 조류인플루엔자(AI) 소식이 다시 올라온다. 경기도 여주의 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축이 확인돼 살처분이 추진되고 있고, 경기도는 18개 시군에서 긴급 방역에 들어갔다. 전남 장흥의 오리농장에서도 H5형 항원이 검출됐다. 겨울철 AI 시즌이 다시 열린 셈이다.
계란을 자주 사는 가정이라면 이 뉴스를 식비 신호로 읽는 편이 좋다. 지난겨울만 해도 산란계 살처분이 3월 기준 976만 마리까지 불어나면서, 특란 한 판(30개) 평균 소비자가격이 7,045원으로 1년 전보다 16.6% 올랐다. 전년 같은 시기 살처분(483만 마리)의 두 배가 넘는 규모였다. 올겨울도 같은 압력이 시작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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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값이 AI 한 번에 곧바로 튀는 건 아니다. 경로가 있다. 산란계를 대규모로 살처분하면 알을 낳는 닭 자체가 줄어 하루 생산량이 감소한다. 지난겨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일평균 생산량이 전년보다 5.8% 줄고 산지 가격이 13%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이 줄어든 만큼 산지에서 소매로 가격이 밀려 올라간다.
문제는 회복이 느리다는 점이다. 살처분한 자리에 병아리를 다시 들여 알을 낳기까지 최소 5~6개월이 걸린다. 그래서 AI가 잦아들어도 가격은 한동안 높게 유지된다. 지난겨울 정부가 미국산 신선란을 추가로 들여왔는데도 가격이 곧장 내리지 않았던 것이 이 시차 탓이다. 식비 관점에서는 '한 달 반짝'이 아니라 '한 분기 이상 이어지는 부담'으로 잡아두는 편이 맞다.
체감만으로 판단하면 늦다. 공개된 가격 지표를 직접 보는 것이 먼저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aT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 KAMIS(kamis.or.kr)다. 가격정보 메뉴에서 계란 소매가를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유통정보 '다봄'도 계란 소매가를 제공한다.
숫자를 볼 때는 단위를 꼭 확인해야 한다. 어떤 자료는 특란 10개, 어떤 자료는 30개(한 판) 기준이라 그대로 비교하면 가격이 몇 배 차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단위, 같은 등급으로 지난달·전년과 견줘야 흐름이 보인다. KAMIS 가격은 전국 주요 시장 평균이라 내가 가는 매장 가격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다.
같은 계란이라도 구매처에 따라 장바구니 부담이 달라진다. 대형마트 특가, 창고형 매장의 대용량, 온라인 정기배송, 전통시장을 몇 주간 같은 등급·수량 기준으로 비교해 두면 내 생활권에서 어디가 싼지 감이 잡힌다.
가격이 오르는 국면에서 대용량이 늘 유리한 것도 아니다. 계란은 신선식품이라 다 먹기 전에 상하면 오히려 손해다. 2~4인 가구라면 한 번에 쟁이기보다, 소비 속도에 맞는 단위를 싸게 파는 곳을 찾는 쪽이 낫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변동이라면 식비 예산 자체에 완충 장치를 넣는 게 현실적이다. 월 식비에서 계란·육류처럼 변동이 큰 항목에 작은 여유분을 따로 잡아두면, 가격이 올라도 다른 지출을 급히 줄이지 않아도 된다.
대체 단백질을 미리 비교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두부, 닭가슴살, 콩류, 통조림 생선 등은 계란이 비쌀 때 단백질을 채워 줄 선택지다. 무조건 계란을 끊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각 식품의 100g당 단백질과 가격을 한 번 비교해 두면, 계란값이 오를 때 무엇으로 얼마나 대체할지 스스로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중요한 건 가격이 오른 뒤 당황해서 고르는 게 아니라, 오르기 전에 선택지를 정리해 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