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연장이냐 범위 조정이냐를 두고 논의 중이다. 연장되면 2년 실거주 의무와 허가 후 4개월 내 입주 조건이 유지돼 전세보증금을 낀 매수가 사실상 막히지만, 범위가 풀리면 자금 설계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두 시나리오에서 입주 자금과 일정이 어떻게 갈리는지 미리 나눠 두면 발표에 흔들리지 않는다.
월급을 모아 집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은 '언제, 얼마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가'를 바꾸는 규제다. 2025년 10월 15일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묶였고, 이 지정이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 논의는 둘로 갈린다. 서울 전역 지정을 그대로 연장하자는 쪽과, 강남3구·용산의 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을 근거로 범위를 재점검하자는 쪽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토허제 수요가 있다"며 기간 연장과 지역 확대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로, 시장 상황을 보며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결론이 나기 전까지 매수 계획을 한 방향으로만 세우면 위험하다.
Photo by Anastassia Anufrieva on Unsplash
토허구역에서 집을 사면 핵심 제약은 실거주 의무다. 주택 취득 시 2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고, 허가를 받은 뒤 4개월 안에 입주해야 한다. 취득일부터 2년은 매도도 임대도 할 수 없다.
이 조건이 자금 설계를 바꾼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끼고 잔금을 치르는 이른바 갭 방식이 사실상 막히기 때문이다. 연장된다면 내가 들어가 살 집값 전부를 대출과 자기자금으로 채워야 한다. 게다가 10·15 대책은 대출 규제도 함께 조였다. 따라서 연장 시나리오에서는 입주 시점에 맞춰 자금을 전액 마련하는 보수적 일정이 필요하다.
허가 신청부터 입주까지 시계가 돌아가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허가가 나면 4개월 안에 들어가야 하므로, 허가와 잔금, 기존 거주지 정리 시점을 미리 역산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내가 보는 지역이 토허구역에서 빠지면 실거주 의무의 족쇄가 사라진다. 전세를 끼고 매수한 뒤 입주 시점을 뒤로 미루는 방식이 다시 가능해지고, 당장 입주 자금을 전부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자금 마련 일정에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다만 규제 완화가 곧 가격 안정은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10·15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41% 올랐다. 규제가 집중된 강남구가 1.4% 상승에 그친 사이, 성북구는 16.5%, 서대문구는 14.40% 뛰었다. 규제가 풀리면 그동안 눌려 있던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며 가격이 움직일 수 있어, '규제 해제=저가 매수 기회'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발표를 기다리며 손 놓고 있기보다, 어느 쪽이 나와도 대응할 수 있게 자금을 두 갈래로 정리해 두는 게 현실적이다.
토허제의 방향은 개인이 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연장이면 전액, 해제면 유연'이라는 두 기준선을 미리 그어 두면, 어떤 발표가 나와도 급하게 대출을 알아보거나 계약을 서두르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자금 계획의 핵심은 예측이 아니라 두 경우 모두에 답을 가진 상태로 기다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