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신한·KB국민·하나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 등에서 고객 개인정보가 잇따라 유출됐다. 대부분 유출된 것은 이름·연락처 등 개인정보이고 은행 거래 시스템이 뚫려 예금이 빠져나간 사고가 아니어서, 주거래 은행을 바꿔도 이미 새어 나간 정보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옮길지는 유출 항목과 보상 방침, 새 은행에서 다시 채워야 할 주거래 혜택 실적을 따져 정하고, 지금 당장은 유출 조회와 보이스피싱 대비가 먼저다.

2026년 10월 들어 국내 금융사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랐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으로, 고객 2만5729명의 정보가 빠져나갔다. 이름·전화번호·연소득·대출한도에 더해 주민등록번호 66건, CI(연계정보) 97건도 일부 포함됐다. 대출모집인이 대출 진행 상황을 조회하는 모바일 서비스에 별도 인증이 없었고, 외부 공격자가 이를 통해 다른 조회 서비스까지 긁어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신한은행만이 아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약 4만 명(확인 중), KB국민은행 119명, 하나은행 89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BNK부산은행에서는 외주 직원 신상정보가 샜고, 우리·NH농협은행은 공격을 받았지만 유출된 정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대응 방식이 굉장히 미흡하다"고 인정하며, AI를 이용한 해킹 위협이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5대 은행장은 10월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보안 관리 책임을 추궁받게 됐다.

Mathias Reding
여기서 구분이 필요하다. 이번에 유출된 것은 대부분 이름, 전화번호, 일부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다. 은행의 핵심 거래 시스템이 뚫려 예금이 빠져나간 사고가 아니다.
하나은행은 유출된 정보가 영업지원시스템에서 나왔고, 이 시스템은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 시스템과는 별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뚫린 곳도 대출 진행 상황을 보는 조회용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통장 잔액이 당장 사라질 위험과,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피싱이나 명의도용에 쓰일 위험은 성격이 다르다. 실제로 걱정해야 할 쪽은 후자다. 가령 내 대출 진행 상황이나 연소득을 아는 사람이 은행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오면, 평소라면 의심했을 연락도 믿기 쉬워진다.
그리고 그 위험은 주거래 은행을 옮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새어 나간 정보는 회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계좌를 옮기는 일 자체는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다. 페이인포(payinfo.or.kr)의 계좌이동 서비스를 쓰면 여러 곳에 걸린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수수료 없이 한 번에 바꿀 수 있고, 처리도 보통 5영업일이면 끝난다. 다만 적금 납입이나 월세처럼 '자동송금'으로 분류되는 이체는 한꺼번에 바뀌지 않아 따로 손봐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월급 이체, 카드 결제, 공과금 자동이체로 쌓아 온 주거래 실적이 새 은행에서는 0부터 다시 시작된다. 수수료 면제나 우대금리, 대출금리 할인 같은 혜택은 대개 이런 실적 조건을 채워야 유지되기 때문이다.
더 따져볼 지점도 있다. 옮겨 간 은행이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은 특정 은행 한 곳이 아니라 은행권 전반을 노렸고, 유출이 없었던 우리·농협도 공격 자체는 받았다.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결정하기 전에 다음을 확인하면 선택이 분명해진다.
정리하면, 계좌를 옮기는 것은 이번 보안 사고의 해결책이 아니라 서비스 선택의 문제다. 지금 더 급한 일은 유출 여부 조회와 보이스피싱 경계, 그리고 대출·금리를 미끼로 걸려 오는 연락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은행을 바꾸고 싶다면, 사고 대응을 끝낸 뒤 혜택을 비교해 정해도 늦지 않다. 순서를 지키는 편이 돈과 수고를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