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며 엔비디아와 국내 반도체주가 급락했고, DC·IRP에 AI·반도체 ETF를 담은 직장인의 평가액도 함께 출렁였다. 퇴직연금은 위험자산을 적립금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어, 먼저 내 계좌의 AI 관련 비중이 그 안에서 어디쯤인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안전자산 30% 규정을 기준으로 리밸런싱과 방치 중 무엇이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AI 거품론이 다시 커졌다. 2026년 10월 30일 미국 나스닥 지수는 2.86% 떨어져 6월 초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고, 인텔은 실적 전망 부진으로 하루 만에 28%대로 폭락했다. 엔비디아도 밀리며 시가총액 1위를 애플에 내줬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함께 빠졌고, 코스피는 5700선까지 밀렸다.
문제는 이 종목들이 내 퇴직연금 안에도 들어있다는 점이다. DC형이나 IRP에 반도체·AI ETF를 담아둔 직장인이라면 평가액이 눈에 띄게 출렁였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거품이 '터졌다'가 아니라 거품인지 '논쟁 중'인 국면이다. 빅테크 투자비가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심이 커졌을 뿐, 붕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팔지 말지부터 정하지 말고 순서대로 점검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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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체감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한다. 연금계좌에 담긴 ETF 이름만 보면 비중을 가늠하기 어렵다. 같은 '반도체'라도 지수를 따르는 상품이 있고, 엔비디아·SK하이닉스 같은 소수 종목에 쏠린 상품이 있다.
각 ETF의 구성종목 상위 10개와 운용사 월간 운용보고서를 열어보면 실제 노출이 보인다. 여기서 흔한 함정이 중복이다. 미국 S&P500 ETF, 나스닥100 ETF, 국내 반도체 ETF를 따로 담았는데 알고 보면 셋 다 같은 AI 대형주를 품고 있어, 생각보다 한 테마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전체 적립금 대비 AI·반도체 관련 비중이 몇 퍼센트인지부터 적어본다.
여기서 퇴직연금만의 안전장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DC형과 IRP는 주식형 ETF 같은 위험자산을 적립금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고, 나머지 30% 이상은 예금이나 채권형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2015년 40%에서 70%로 올라온 뒤 유지되는 규정이다.
즉 아무리 공격적으로 운용해도 계좌의 최소 30%는 주가 급락과 분리돼 있다. 일반 증권계좌와 달리 전 재산이 AI에 실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으로 지정된 상품이나 적격 TDF는 이 70% 한도의 예외라 위험자산 비중이 더 높을 수 있으니, 자신이 어느 쪽인지 확인해야 한다.
비중을 확인했다면 결정은 감정이 아니라 은퇴까지 남은 기간으로 내린다.
은퇴가 15~20년 이상 남았다면 지금의 급락은 적립 기간 중 여러 번 겪을 변동 중 하나다. 매달 일정액이 들어가는 구조라 주가가 쌀 때 더 많은 수량을 사는 효과도 있다. 이 경우 공포에 전량 매도하기보다, 한 테마 비중이 애초 계획보다 커졌으면 원래 배분으로 되돌리는 리밸런싱이 현실적이다.
반대로 은퇴가 5년 안쪽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손실을 복구할 시간이 짧아, 반등을 기다리다 인출 시점과 겹치면 타격이 크다. 이때는 AI 비중을 줄여 안전자산 쪽으로 옮겨두는 쪽이 방어적이다. 결국 "버틸 시간이 있느냐"가 방치와 조정을 가른다.
흔들릴 때마다 반복할 수 있도록 순서를 정리해 두면 좋다.
AI가 거품인지 아닌지는 지금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망을 맞히려 애쓰기보다, 내 계좌가 한 테마에 얼마나 쏠렸는지와 버틸 시간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흔들림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