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석유류가 14% 넘게 뛰며 상승을 주도했다. 1년 정기예금 금리에서 이자소득세와 물가를 빼면 세후 실질금리는 0% 안팎이거나 마이너스여서, 예금만으로는 구매력을 지키기 어렵다. 내 지출에서 기름값과 난방비 비중이 크다면 체감 물가는 평균보다 높으므로, 고금리 부채 상환과 우대금리 활용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다. 8월 3.1%에서 두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수치만 보면 물가가 한풀 꺾인 듯하지만, 월급으로 생활하고 예금으로 저축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평균이 아니라 '내 돈의 실질 가치가 늘고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Kordanalev
실질금리는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받는 이자(명목금리)에서 이자소득세를 빼고, 거기서 다시 물가상승률을 빼면 된다.
지금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는 대체로 연 3% 안팎, 우대금리를 다 챙겨도 최고 3.85% 수준이다. 여기에 이자소득세 15.4%가 붙는다. 연 3.0% 예금이라면 세후 수익률은 약 2.5%로 줄어든다. 여기서 물가 2.9%를 빼면 실질 수익률은 대략 -0.4%포인트. 1년을 꼬박 묶어둬도 구매력은 오히려 조금 줄어든다는 뜻이다.
최고 우대금리 3.85%를 받아야 세후 약 3.3%가 되고, 물가를 빼면 겨우 플러스로 넘어온다. "예금에 넣어두면 안전하다"는 말은 '원금은 안전하지만 가치는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로 바꿔 읽어야 한다.
이번 상승의 주범은 석유류다. 9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4.8% 뛰어 전체 물가를 0.56%포인트 끌어올렸다. 경유는 20.0%, 등유는 19.5% 올라, 차를 몰거나 등유로 난방하는 가구일수록 타격이 크다.
| 항목 | 9월 상승률 | 가계에 미치는 영향 |
|---|---|---|
| 석유류 | +14.8% | 주유비·난방비 직격 |
| 가공식품 | +2.1% | 식비 완만한 상승 |
| 외식 | +2.5% | 쉽게 안 내리는 고정비 |
| 농축수산물 | -0.3% | 장바구니 일부는 완화 |
같은 2.9%라도 지출 구성에 따라 체감은 갈린다. 차로 출퇴근하는 가구는 기름값 상승을 평균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 반대로 대중교통을 쓰고 집밥 위주로 사는 사람은 신선식품(-3.3%) 하락 덕에 체감이 덜할 수 있다. '평균 물가'를 내 물가로 착각하지 않는 게 첫걸음이다.
세후 실질금리가 0 안팎이라면, 돈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무엇을 먼저 줄이고 갚느냐'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
한국은행은 10월 물가도 3% 안팎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물가가 금리를 앞서는 구간이 당분간 계속된다는 신호다. 예금 이자에 안심하기보다, 내 지출에서 기름값과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부터 확인하는 편이 실속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