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개 금융사가 해킹당해 약 1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과 명의도용 같은 2차 피해 확산을 경고하고 있다. 이상 거래로 돈이 빠져나갔다면 지급정지가 1순위이고, 유출 통보만 받았다면 명의도용 차단 같은 예방이 먼저다. 유출 사실만으로 보상이 자동으로 되지 않으므로 피해와 유출의 인과를 보여줄 증빙을 모으고 책임 강화 논의의 방향을 함께 봐야 한다.

올해 금융권 해킹은 한두 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10월 14일 기준 16개 금융사에서 해킹이 확인됐고 약 1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신한·KB국민·하나은행에서 시작된 사고는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코인 거래소로 번졌다. 문제는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피싱이나 명의도용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통보나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상황을 나누는 것이다. 이미 돈이 빠져나간 '이상 거래'라면 지급정지가 1순위이고, 아직 피해는 없고 '유출 통보'만 받았다면 2차 피해를 막는 예방이 먼저다. 순서를 거꾸로 밟으면 돌려받을 돈을 놓치거나 불필요한 시간을 쓴다.

Ron Lach
출금이나 송금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1초가 아깝다. 내 계좌와 사기범 계좌의 금융사에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통합신고 번호인 112나 금융감독원 1332로 걸어도 되고, 각 금융사 콜센터와 영업점에서도 접수된다. 지급정지는 계좌에 남아 있는 금액 범위에서만 가능하므로 속도가 곧 회수 가능성이다.
다음은 증빙 확보다.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서 사건을 접수하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는다. 이 확인원과 신분증, 송금확인증을 지급정지를 신청한 영업점에 내면 피해구제 신청이 된다. 서류 제출 기한은 신청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이고, 이 기간을 넘기면 지급정지가 자동으로 풀리니 주의해야 한다. 이후에는 채권소멸절차가 진행되는데, 공고가 시작되면 2개월간 명의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그 뒤 피해금 환급 단계로 넘어간다. 절차 관련 문의는 1332에서 받는다.
돈이 빠져나가지 않았더라도 내 정보가 유출됐다면, 그 정보로 누군가 내 명의를 쓰는 일을 막아야 한다. 네 가지가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유출이 의심되는 카드는 카드사 고객센터에서 재발급받고, 공동인증서도 폐지 후 재발급하는 편이 안전하다. 가입 사이트와 본인인증 내역은 개인정보 포털(privacy.go.kr)에서 점검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오해한다. 금융사가 뚫렸으니 당연히 보상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행 제도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금전 보상이 자동 지급되지는 않는다. 유출과 실제 손해 사이의 인과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유출된 정보가 여러 경로로 퍼지다 보니 특정 금융사의 사고와 내 피해를 연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제도를 손보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9월 11일 시행된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은 3년 내 고의·중과실로 반복 위반하거나 1천만 명 이상 유출 시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게 했다. 국회에는 중대한 침해 시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물리고 대표이사를 전자금융거래 안전의 최종 책임자로 명시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입증책임을 공식적으로 뒤집는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 보상을 기대한다면 이 논의가 과징금 강화에 그치는지, 이용자의 입증 부담을 실제로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보상이든 환급이든 결국 증빙이 가른다. 사고를 인지한 순간부터 다음을 모아두는 것이 좋다.
해킹은 금융사의 잘못이지만, 피해를 줄이고 되돌려받는 속도는 이용자가 얼마나 빨리 순서대로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