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첫 비만약 에페가 10월 29일 처방을 시작하며 첫 달 공급가 12만9800원으로 마운자로의 절반 수준에 나왔다. 그러나 이 '반값'은 첫 달 저용량 기준이고, 용량을 올리면 유지기 월 공급가는 29만9200원까지 올라 수입약과의 격차가 좁아진다. 첫 달 가격이 아니라 내 유지 용량의 월 비용에 예상 치료기간을 곱한 총지출로 비교하고 보험 급여 여부까지 따져야 실제 부담이 보인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에페)가 10월 29일부터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기 시작했다. 화제가 된 '마운자로 반값'은 첫 4주분 공급가를 비교한 말이다. 에페 첫 달 공급가는 12만9800원, 마운자로 최저 용량 4주분은 27만8066원이니 절반이 맞다.
문제는 비만약을 한 달만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이 약들은 몸이 적응하도록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몇 주 간격으로 용량을 올린다. 즉 첫 달의 싼 가격은 가장 낮은 용량일 때의 값일 뿐, 치료 내내 유지되는 가격이 아니다.

Mikhail Nilov
재테크하듯 따지면 기준은 하나다. '내 유지 용량의 월 비용 × 예상 치료 개월 수'. 첫 달 가격은 이 식에서 한 칸에 불과하다.
에페는 2mg으로 2주, 4mg으로 2주를 보낸 뒤 6mg, 8mg을 거쳐 10mg까지 올린다. 공급가도 단계마다 오른다. 5~8주 차는 22만8800원, 9~12주 차는 27만7200원, 10mg으로 유지하는 13주 이후에는 4주당 29만9200원이다. 한미약품이 공개한 공급가 기준이다.
여기서 핵심이 드러난다. 유지 단계에 들어서면 에페 월 비용은 첫 달의 두 배를 넘는다. 1년을 쓴다고 가정하면 첫 달 13만원이 아니라 유지기 약 30만원이 열 달 넘게 반복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수입약이 더 싸지는 건 아니다. 마운자로의 국내 유지 용량인 5mg은 월 공급가가 36만9000원 선이다. 유지기만 놓고 봐도 에페가 더 싸다. 다만 차이는 첫 달의 절반 수준에서 약 2할 차이로 줄어든다.
| 구분 | 에페 | 마운자로 |
|---|---|---|
| 첫 달 공급가 | 12만9800원 | 27만8066원 |
| 유지기 월 공급가 | 29만9200원 | 36만9000원 |
따져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용량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마운자로 5mg의 감량 효과가 에페 최고 용량과 비슷할 수 있다고 본다. 같은 효과를 내는 데 드는 돈으로 비교하면 단순 월 비용 차이보다 격차가 더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 더 '가성비'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숫자에 속지 않으려면 처방 전에 다음을 확인하는 게 좋다.
정리하면 에페의 등장은 비만약 '시작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장기 지출을 좌우하는 건 첫 달 가격이 아니라 유지기 월 비용과 치료 기간, 그리고 내년 보험 결정이다. 광고 문구가 아니라 이 세 가지로 계산해야 실제 부담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