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를 월 적립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투자 목적과 기간, 매달 넣을 금액, 종목을 고르는 기준을 먼저 정해야 시장 등락에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투자설명서의 총보수만 보면 실제 비용을 놓치기 쉬워, 기타비용과 매매수수료까지 더한 실부담비용을 금융투자협회 공시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액공제가 목적이면 연금저축·IRP를, 중간에 꺼내 쓸 돈이면 ISA나 일반 계좌를 먼저 고른 뒤 종목을 정하면 된다.
ETF 계좌부터 만들고 뭘 살지 고민하는 순서는 뒤바뀌어 있다. 먼저 정할 것은 종목이 아니라 세 가지다. 이 돈을 왜, 언제까지 모으는가. 매달 얼마를 넣을 수 있는가. 그리고 같은 지수를 따르는 수많은 ETF 중 무엇을 기준으로 고를 것인가. 이 순서를 지키면 시장이 출렁여도 매달 같은 금액을 넣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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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언제 쓸지에 따라 담는 그릇이 달라진다. 노후 자금처럼 55세 이후에나 꺼낼 돈이라면 연금저축이나 IRP가 유리하다. 연금저축은 연 600만원, IRP까지 합치면 900만원 납입분에 세액공제를 준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공제율이 16.5%, 그 이상이면 13.2%다. 900만원을 채우면 각각 약 148만원, 119만원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셈이다.
반대로 몇 년 안에 전세금이나 목돈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면 중도 인출이 자유로운 ISA나 일반 계좌가 맞다. 연금계좌에서 중간에 돈을 빼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를 토해내야 한다. 세금 혜택이 아깝다고 노후용 계좌에 단기 자금을 넣으면 오히려 손해다.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수익률보다 꾸준함이다. 매달 자동이체가 끊기지 않을 금액을 정해야 한다. 보너스가 나온 달에만 크게 넣고 평소엔 거르는 식이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적립식의 장점이 사라진다.
무리해서 50만원을 넣다가 석 달 만에 멈추는 것보다, 20만원이라도 3년을 이어가는 쪽이 낫다. 생활비와 비상금을 먼저 떼어 두고 남는 돈의 범위 안에서 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같은 'S&P500 ETF'라도 운용사마다 여러 상품이 있다. 먼저 어떤 지수를 따르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순자산 규모가 충분히 큰 상품을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규모가 너무 작으면 거래가 뜸하고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이 비용인데, 여기에 흔한 함정이 하나 있다.
광고와 투자설명서에 적힌 '총보수'는 전체 비용의 일부다. 여기에 지수사용료, 회계감사비 같은 기타비용과 ETF가 안에서 주식을 사고팔 때 드는 매매중개수수료를 더해야 실제로 내가 부담하는 금액이 나온다. 이것을 실부담비용이라고 부른다.
실부담비용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나 ETF 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협회 사이트에서는 펀드명에 'ETF'를 빼고 상품명만 넣어야 조회된다. 연 0.1%의 차이도 20~30년 적립에서는 꽤 큰 금액으로 쌓이므로, 같은 지수라면 실부담비용이 낮은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세 가지를 먼저 정해 두면, 남은 일은 매달 같은 금액을 자동으로 넣고 시장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것뿐이다. 첫 ETF에서 가장 어려운 건 종목 선택이 아니라, 이 규칙을 몇 년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