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 건에 육박하고 9월 거래는 1년 전보다 40%가량 줄어, 내놔도 안 팔리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장에선 매수자가 급매부터 고르기 때문에 호가만 걸어둔 매물은 후보에서 밀리고, 버티는 동안 대출 이자와 보유세가 매달 쌓인다. 호가 인하폭과 '월 보유비용 × 버틸 기간'을 맞대어 보고, 방문 건수와 경쟁 매물, 보유 여력을 기준으로 조정 시점을 정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다. 10월 28일 기준 매매 매물은 약 7만9,900건으로, 1년 전보다 3만 2,000여 건, 32% 넘게 늘었다. 올해 최고치였던 3월 21일의 8만80건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반면 9월 거래는 1년 전보다 40%가량 줄었다. 사겠다는 사람은 줄고, 팔겠다는 매물만 쌓이는 전형적인 거래 절벽이다.
이런 시장에서 집주인의 고민은 하나로 모인다. 호가를 내릴 것인가, 버틸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판단은 기분이나 미련이 아니라 계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Ben Prater
거래 절벽의 핵심은 매수자가 드물다는 데 있다. 그리고 몇 안 되는 매수자는 대부분 가장 싼 매물, 즉 급매부터 본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에 나보다 수천만 원 싼 매물이 걸려 있으면, 내 호가 매물은 후보에서 아예 빠진다. 중개업소도 성사 가능성이 높은 급매를 먼저 보여준다. 호가만 높게 걸어둔 매물은 '팔 생각이 있긴 한가' 싶은 보여주기 매물로 남는다. 내놓은 지 몇 주가 지나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면, 가격이 시장과 떨어져 있다는 신호다.
버티기는 공짜가 아니다. 집을 들고 있는 동안 대출 이자, 보유세, 관리비가 매달 빠져나간다. 안 팔린 집에 묶인 자금을 다른 데 굴렸다면 얻었을 수익, 즉 기회비용도 비용이다.
여기서 흔한 기대가 '조금 더 버티면 값이 오를 것'이다. 서울 집값이 90주 연속 올랐다는 통계가 이 기대를 부추긴다. 그러나 최근 상승폭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버틴다고 반드시 더 오른다는 보장은 약해졌다. 버티기는 '오를 것'에 거는 베팅이지, 안전한 선택이 아니다.
판단의 틀은 단순하다. '호가 인하폭'과 '월 보유비용 × 버틸 개월 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억 원이고 금리가 연 4%라면, 이자만 연 2,000만 원, 월 약 167만 원이다. 여기에 보유세와 관리비를 더하면 매달 나가는 돈은 더 커진다. 6개월을 더 버티면 이자만 1,000만 원이 쌓인다. 그 사이 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면, 호가를 1,000만 원 낮춰 지금 파는 쪽이 현금 흐름상 비슷하거나 유리할 수 있다. 숫자는 사람마다 다르니, 자기 대출 잔액과 금리로 직접 계산해 봐야 한다. 핵심은 '버틸수록 비용이 쌓인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막연히 고민하기보다 아래 항목을 점검해 조정 시점을 정하는 편이 낫다.
내리기로 했다면 찔끔찔끔 여러 번보다, 경쟁 급매 수준으로 한 번에 의미 있게 낮추는 쪽이 거래를 성사시킨다. 반대로 당장 돈 쓸 데가 없고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면, 호가를 지키며 시장이 돌아서길 기다리는 것도 선택지다. 중요한 건 그 결정을 미련이 아니라 자기 비용표 위에서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