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연체는 소득 부족보다 돈이 빠져나가는 순서가 꼬여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연체료는 관리규약에 따라 복리로 붙고 체납액은 소멸시효가 3년이며 경매 때 공용부분이 새 소유자에게 승계돼, 한 번 밀리면 복구 비용이 크다. 자동이체일을 급여일 직후로 당기고 고정비 통장과 투자금을 분리하면 같은 소득으로도 연체를 막을 수 있는지 점검해 보자.
월급은 분명히 들어왔는데 월말이 되면 통장이 비어 관리비 자동이체가 튕긴다. 이런 일은 소득이 모자라서라기보다, 돈이 빠져나가는 순서가 꼬여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카드값과 보험료, 구독료가 먼저 빠지고 나면 정작 밀리면 불이익이 큰 월세나 관리비가 뒷순위로 밀린다.
관리비가 위험한 이유는 한 번 밀리면 복구 비용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순서를 먼저 바로잡는 쪽이 이자를 조금 아끼는 어떤 재테크보다 확실하다.
Photo by Aaron Lefler on Unsplash
관리비를 납부기한까지 내지 못하면 각 아파트 관리규약 별표에 정한 연체요율에 따라 연체료가 가산된다. 요율은 단지마다 다르고, 연체 개월 수가 길어질수록 올라가는 구조가 흔하다. 연체료를 복리로 계산하는 단지도 있어, 몇 달만 방치해도 원래 관리비보다 불어난 금액을 내야 할 수 있다.
단전이나 단수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관리비가 연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관리규약에 근거와 요건이 있고 적법한 결의와 사전 예고를 거치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설마 끊기겠냐며 안심할 일은 아니다.
체납액 자체도 사라지지 않는다. 관리비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고, 판결로 확정되면 10년으로 늘어난다. 집을 매매하거나 경매로 넘어갈 때도 전 소유자가 체납한 공용부분 관리비는 새 소유자에게 승계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다. 밀린 관리비는 집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고 보면 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돈이 있을 때 빠져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관리비와 월세, 보험료처럼 밀리면 불이익이 큰 고정비의 자동이체일을 급여일 다음 날로 몰아 둔다.
관리비 납기일은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면 조정되는 경우가 있고, 자동이체 출금일은 거래 은행에서 바꿀 수 있다. 급여가 25일에 들어오는데 관리비가 매달 30일에 빠진다면, 그사이 카드값이 끼어들어 잔액을 갉아먹기 쉽다. 출금 시점을 급여일 직후로 당기는 것만으로 월말에 잔액이 바닥나는 문제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급여일을 맞춰도 한 통장에서 모든 돈이 섞이면 쓸 수 있는 돈이 실제보다 많아 보인다. 고정비만 빠져나가는 통장을 따로 만들고, 급여일에 한 달 치 고정비를 그쪽으로 먼저 옮겨 두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여기에 최소한의 비상금을 붙여 둔다. 고정비 통장에 한 달 치 고정비의 1.5배 정도를 상시로 남겨 두면, 예상치 못한 지출로 잔액이 흔들려도 관리비가 튕기지 않는다. 비상금은 생활비와 섞지 말고 이 통장 안에서만 움직이게 한다.
월급쟁이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투자할 돈과 당장 써야 할 돈의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이다. 기준은 단순하다. 앞으로 6개월 안에 반드시 나갈 돈, 즉 고정비와 생활비와 단기 지출은 투자에 넣지 않는다.
이 조건이라면 투자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는 것보다 고정비 연체를 0으로 만드는 쪽이 먼저다. 연체료와 신용 관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밀리지 않는 것 자체가 가장 확실한 수익이다.
지금 바로 자동이체 내역부터 펼쳐 보자. 출금일 순서와 통장 분리만 손봐도 다음 월말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