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8조5000억 원대 해킹을 당했지만 손실을 회사 자금으로 전액 메우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거래소의 결정이었다. 한국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예치금 분리보관과 콜드월렛 80% 보관, 보험·준비금 적립을 의무화했지만 해킹 손실 전액 자동 보상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거래소 약관의 면책 범위와 보험·준비금 규모, 그리고 자산을 한 곳에 몰아 뒀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3억6000만 달러, 우리 돈 8조5000억 원대 가상자산이 빠져나갔다. 바이낸스는 블록체인 협력사들과 약 30억 달러를 동결했고, 남은 손실은 회사 자금으로 전액 메우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회사가 메우겠다"는 말이다.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법적 절차가 작동한 게 아니라, 거래소가 자기 돈으로 막기로 한 결정이다. 바이낸스처럼 여력이 있는 곳이면 가능하지만, 모든 거래소가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맡긴 코인이 해킹에서 보호받느냐는 질문은 "거래소가 보상해 줄까"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어디까지 보호되는가"로 바꿔 봐야 한다.

Ewan Kennedy
한국은 2024년 7월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거래소에 맡긴 자산을 지키는 장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예치금 분리보관이다. 이용자가 넣어 둔 원화는 거래소 돈과 섞지 않고 은행에 따로 맡겨야 한다. 거래소가 파산해도 예치금은 거래소 채권자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콜드월렛 의무 비중이다.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8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된 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과거 70%에서 상향된 기준으로, 온라인에 노출되는 물량을 줄여 해킹 표적 자체를 작게 만드는 장치다.
셋째, 사고 대비 적립이다. 콜드월렛을 뺀 나머지 자산 가치의 5% 이상을 보험이나 공제로 들거나,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준비금 하한은 원화 거래소 30억 원, 코인마켓 거래소 5억 원이다.
세 장치는 분명 안전판이지만, 해킹 손실을 전액 돌려준다는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
규모를 보면 분명해진다. 이번 바이낸스 피해는 8조 원대였다. 국내 준비금 하한 30억 원은 그런 사고 앞에서 일부를 메울 뿐이다. 보험·준비금은 핫월렛 규모에 연동되므로, 대부분을 콜드월렛에 둔 거래소일수록 실제 적립액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법도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 거래소가 과실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입증책임 전환'은 2단계 입법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은 이용자가 손해와 거래소 과실을 따져야 하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확인할 곳이 약관이다. 해킹·전산장애 때 거래소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디서 면책되는지, 보상 재원이 보험인지 준비금인지, 한도는 얼마인지가 약관과 공시에 적혀 있다. 이 문장들이 바이낸스식 '전액 부담'과 당신 거래소의 실제 약속 사이의 간극을 보여 준다.
결국 위험은 '어디에 어떻게 두느냐'에서 갈린다. 상황별로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다.
| 보관 방식 | 해킹 노출 | 책임 주체 |
|---|---|---|
| 거래소 핫월렛(즉시 거래) | 높음 | 거래소 약관·보험 |
| 거래소 콜드월렛(법정 80%) | 중간 | 거래소 |
| 개인 지갑(자기 보관) | 낮음(관리 실수 제외) | 본인 |
자주 사고팔아야 해서 거래소에 둘 수밖에 없다면, 한 거래소에 전 재산을 몰지 말고 분산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당장 쓰지 않을 장기 보유 물량이라면 개인 지갑으로 옮기는 선택이 해킹 노출을 줄인다. 다만 이때는 개인키 분실이 거래소 해킹보다 더 흔한 사고라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거래소를 고를 때는 실명계좌 연동 여부, 콜드월렛 비중 공시, 보험·준비금 규모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전액 보상은 법이 자동으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 지금 내 코인이 어느 지갑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부터 점검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